고재열(신천동)
여행감독, 전 시사IN 기자
20년 동안의 기자생활을 정리하고 ‘여행감독’으로 나선 것이 2020년의 일이다. ‘바쁜 현대 도시인을 위한 어른의 여행을 기획한다’며 트래블러스랩이라는 여행클럽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코로나를 맞고 3년 가까이 악전고투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서 열심히 세계를 누비고 있다.
세계의 도시를 두루 여행한다. 여행감독으로서 도시를 여행의 측면에서 평가한다. 그 도시의 가치를 환산하는 기준이 있다. 시간으로 측정한다. ‘이 도시는 얼마만큼 머물 가치가 있는가’ 한나절 혹은 반나절, 하루 이틀 혹은 일주일, 숙박을 해볼 만한 곳인가 아니면 그냥 데이투어 정도로 족한 곳인가. 사람들이 그 도시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 해본다.
내가 살고 있는 송파는 어떨까. 여행감독의 입장에서 송파의 시간 가치를 매긴다면 얼마를 매길 수 있을까. 잠깐 고민하다 과감히 한 달로 진단을 내렸다. ‘왜? 송파에 뭐가 있는데?’라고 물을 수 있다. 비유하자면 송파에는 서울 여행의 ‘건더기’가 많지는 않다. 역사 유적이 많은 종로나 이태원이 있는 용산구, 명동과 남대문시장이 있는 중구에 여행의 건더기가 많다.
같은 비유를 하자면 송파는 ‘국물맛’이 좋은 여행지다. 천년의 시간을 우려낸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역사가 다 담긴 곳이 송파다.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송파는 정말 다 가진 곳이다. 목가적인 석촌호수, 둔치가 잘 개발된 한강변, 유유히 흐르는 성내천,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올림픽공원. 이곳을 걸으면 서울의 어제 오늘 내일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송파는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가장 맞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남들이 좋다는 곳을 여기저기 ‘인증’하는 여행에서 ‘멈춤’이 있는 스테이형 여행으로 여행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수동적인 관광보다 능동적인 여행을 더 선호하고 그중에서도 멈춤이 있는 스테이를 더 가치있는 여행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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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는 ‘국물맛’ 좋은
여행지다. 천년의 시간을
우려낸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역사가
다 담긴 곳이 송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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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스테이 하기에 좋은 곳은 어디일까? 단연 송파다. 천년의 시간을 걷는 것과 함께 가장 전통적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과 가장 현대적인 잠실 롯데월드몰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도시의 역동성을 볼 수 있는 곳이 시장인데 송파에는 대비되는 두 시장이 있다. 좋은 식자재가 있으니 맛집도 많다. 송리단길과 방이동 맛집 골목에서 소소한 맛을 발견할 수 있다.
여행은 여행지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롯데월드라는 놀이공원이 있는 송파는 가장 화려한 행복 밥상을 가진 곳이다. 놀이공원에서 찍은 사진에는 어느 사진에나 행복의 순간이 묻어 있다. 송파는 일상의 유쾌함을 모두 가지고 있다.
유행은 ‘강남 스타일’이 만들었지만 여행이라면 단연 송파다. 송파에서라면 한 달도 부족하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이 모두 녹아있는 곳이 송파다. 다들 ‘송파 스타일’에 젖어보시길~
국내 여행감독 1호 고재열
20년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0년 9월 ‘재미로재미연구소’의 대표여행자가 됐다. 현재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이라는 여행자 플랫폼을 운영하며, 다양한 여행과 소모임, 강의를 기획·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