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 이진숙 경위는 35세의 나이에 범죄 심리 분석 수사관 특채 1기로 뽑혀 17년째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여성 1호 프로파일러다. 그동안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고유정 전남편 살인 사건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온 베테랑 프로파일러이자 듬직한 두 아들을 키워낸 워킹 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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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에요.
모든 사건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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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프로파일러는 몇 명이나 되나요?
우리나라에서 60여 명의 특채자를 선발했습니다만, 현재 활동하는 프로파일러는 저를 포함해 30여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프로파일러 일이 쉽지 않거든요. 특히 살인 사건을 많이 다루기 때문에 현장에서 시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상흔의 모양과 크기, 범행 도구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버티는 힘이 필요하죠.
프로파일러의 면담은 일반적 심리 상담과 어떻게 다른가요?
상담실에 찾아오는 내담자들은 자발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범죄자나 피의자는 저희가 필요에 의해 만나러 가기 때문에 범죄와 관련한 사실을 털어놓도록 만들기 어렵습니다. 피의자와 라포르(rapport, 심리적 친밀감)를 잘 형성해야 범죄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저서에 ‘프로파일러는 잘 듣는 사람이다’라고 쓰셨지요.
피의자들을 만나보면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많아요. 진심으로 들어주는 자세를 보이면 숨겨둔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피의자의 표면적인 말 속에 숨어 있는 진짜 속마음을 찾아내려면 잘 들어야 합니다.
프로파일링을 할 때 사이코패스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나요?
많은 사람이 흉악한 범죄자를 사이코패스로 치부하곤 합니다. 아마도 그래야 마음이 편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프로파일링을 하면서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한 사람은 2~3명으로 극소수입니다. 그럼에도 연쇄살인범 이춘재는 만날수록 사이코패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춘재를 사이코패스라고 판단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감 능력의 결여입니다. 지극히 상대방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이 공감이죠. ‘내가 만약 당신의 입장이라면’이라고 말하는 건 공감이 아니라 내 입장의 표현이에요. 이춘재는 “내가 피해자였다면 상황을 즐겼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었어요.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 만나면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직업적 성과를 이루고 워킹 맘으로서 육아 역시 잘해내셨는데요, 비결이 있나요?
절대적 시간만 보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진 못했어요. 여느 워킹 맘처럼 아이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던 경험도 있어요. 하지만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양손이 초콜릿으로 범벅이 된 아이가 엄마에게 달려들 때 움찔하며 물러서지 않고 와락 안아줄 수 있는 힘, 그 힘이 있다면 아이들은 사랑스럽게 자랄 수 있다고 믿어요.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프로파일러에게는 평정심, 유연성, 소통 능력, 분석력 같은 다양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에요. 모든 사건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