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한자리를 지켜온 ‘개성시대 이발관’은 60~70대 어르신과 4~5세 유치원생, 외국인도 즐겨 찾는 이발관이다. 언제든 단골이 찾아올 수 있도록 평생 그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이발 장인을 만났다.
서걱서걱, 서걱서걱. 개롱역 3번 출구 골목 안에서 30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온 ‘개성시대 이발관’에선 은빛 가위 소리가 나직이 울린다. 가위 주인은 열여섯 살에 이용 기술을 처음 배워 1991년 가락동에 ‘개성시대 이발관’을 연 이발사 박형서 씨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이발에 여념이 없는 그는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긴 세월을 지켜왔다(휴무일은 목요일). 가게를 열 때만 해도 지금의 절반 규모에 살림집까지 딸린 작은 이발관이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단골도 늘었다. 수십 년 단골은 기본이고 홍천, 김포 등 멀리 이사 간 손님도 일부러 개성시대를 찾아온단다. 때마침 염색 중이던 손님에게 “여기 자주 오세요?”라고 묻자 허허 웃으며 “한 20년 됐죠”라고 답한다.
요즘은 러시아와 미국 국적의 젊은 외국인 단골도 생겼다. 외국인의 경우 모발이 두꺼워 미용실보다 이발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단다. 누구보다 오랜 단골은 이발사의 아들이다. 이발사 박형서 씨는 요즘 40년째 아버지에게 머리를 맡기는 아
들에 이어 손주의 이발까지 담당한다. “손주 또래의 유치원생 손님도 제법 있어요. 기계 이발이 무서운 아이들이 가위로 이발하고 가면 할아버지한테 머리 깎으러 가겠다고 한대요.” 어떤 손님이 와도 모발 특성에 맞춰 이발을 한다는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이발사가 쓰는 가위만 16개다. 그는 머리숱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따라 가위를 따로 쓴다. 이발도 이발이지만 세발과 면도하는 맛에 개성시대를 찾는 손님도 많다. 면도 또한 세심하게 진행한다. 털이 많은 사람은 방금 간 면도칼을, 털이 적은 사람은 한두 번 쓴 면도칼을 소독해서 쓴다. 머리를 감을 땐 남성 전용 드라이어로 말린 후 능숙한 손길로 마무리한다. 반면 가격은 10년 전 그대로다. 이발은 1만1000원, 세발은 6000원. 벽에 붙은 요금표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손님의 발길이 많이 줄었지만, 그는 남은 평생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멀리서 온 단골손님이 편안히 들어설 수 있도록.
| 주소 송파구 오금로42길 7-1(가락동)
| 문의 02-449-8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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