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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문예 ⑩] 내 아이들도 한 번쯤 그런 스승 만나기를
5월호 주제 ‘스승의날’ 선정작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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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석(마천동)

그분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처럼 매사에 어중간한 학생에게는 관심이 쉬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은 늘 평균 언저리였고, 딱히 말썽도 부리지 않는 조용한 학생이었기에 내 이름 석 자를 기억하는 분은 거의 없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내가 중학생이던 그 시절에는 반에 50명이 족히 넘었다. 한 학년에는 10개 반도 넘게 있었다. 즉 한 학년에 500명이 넘는 까까머리들이 똑같은 교복을 입고 앉아 있던 시절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국어 시간이었다. 국어 선생님은 작은 키에 단발머리를 한 여자분이셨다. 특별히 인기가 많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은 보통의 선생님. 수업 시간에 나는 언제나처럼 앉아 있었는데, 내 번호가 들렸다. “33번, 책 읽어볼까?” 소심했던 나는 행여나 실수라도 할까 봐 긴장해서 한 단어 한 단어를 정성스레 읽었다. 다행히 무난하게 내 차례가 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한마디 덧붙이셨다. “호석이는 목소리가 참 좋구나. 나중에 성우 해도 되겠는걸?”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 말은 나를 완전히 뒤흔들어놓았다. 지극히 평범하던 나를 조금은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한마디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지 목소리에 대한 칭찬만이 아니라, 담임도 아닌 선생님이 나를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준 것 자체가 큰 의미였다. 그때부터 나는 삶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었다. 발표 때마다 손을 들었고, 최대한 좋은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특별히 국어 시간에는 백배는 더 적극적이 되었다. 소극적인 내가 그분이 지도하시는 글짓기 반에 들어가서 시화도 그리고 백일장 입상도 한 것이 모두 그 한 학기에 일어난 일이다.

물론 내 목소리가 진짜 성우 같았을 리는 없다. 그러나 선생님의 그 한마디는 작은 씨앗 같던 내 안의 가능성 중 하나를 크게 꽃피웠다. 지극히 평범하던 소년은, 지금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일을 한다. 여전히 평범하지만, 나 스스로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제 두 아이의 아빠다. 내 이름을 기억해주신 그분의 존함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기도한다. 나의 아이들도 한 번쯤은 그 선생님 같은 분을 꼭 만날 수 있기를. 우리 아이들 속에 있는 씨앗 같은 작은 가능성을 발견해주고, 진심을 담은 말로 격려해줘서 어린 씨앗이 영글어 꽃이 필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스승 말이다. 매일 수업을 비대면으로 모니터 앞에서 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그런 스승이 참으로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해당 지면은 송파구민에게 드립니다. 송파구민의 글로 〈송파소식〉이 보다 풍요로워지면 좋겠습니다. 많은 참여로 지면을 빛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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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월 한 편의 작품을 선정해 〈송파소식〉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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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소식 2021년 05월호
송파소식 2021년 05월호
  • 등록일 : 2021-04-26
  • 기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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