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한예종 유치 범구민추진위원회 위원)
한예종 유치 후보지인 방이동 445-11 일대는 현재 개발제한구역이다. 이곳은 국립종합경기장의 건설을 위해 1968년 도시계획시설(운동장)로 결정되었고, 이어서 1971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올림픽공원이 조성된 후 유보지로 남았다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 일몰제에 따라 2020년 7월에 도시계획 시설은 해제되고 개발제한구역으로만 남게 되었다.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의 과도한 팽창과 난개발을 막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도시 외곽 녹지 지역을 환상의 벨트 형태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용도 구역이다. 도시 외곽을 둘러싼 녹지대라 하여 통상 그린벨트라고도 부른다.
해당 지역이 그린벨트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논밭으로 활용하고 있고, 경작용 비닐하우스와 각종 공작물 설치로 상당 면적이 이미 훼손되어 녹지로서의 실질적 기능을 못 하고 있는 상태다. 이제 그린벨트로서의 보존 가치는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지의 중앙에는 방이습지가 위치하고 있어 오색딱따구리를 비롯해 물총새, 금개구리 등 300여 종의 희귀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경관보전지역이다. 또한 이 일대를 흐르는 송파둘레길 성내천에서 최근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발견되어 이곳이 생태적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후유증을 겪으며 탄소중립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생태 녹지는 탄소 흡수를 통해 탄소중립에 이르기 위해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태 녹지의 경계부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태 녹지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친환경적 공익사업을 통해 실질적으로 녹지 기능을 보전 및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한 관리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일대가 하남~탄천~한강으로 이어지는 광역적 생태 녹지축이므로 경계부 관리의 의미는 매우 크다.
한예종 유치는 대표적 친환경적 공익사업이라 할 수 있다. 풍부한 문화 예술과 녹색 교통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자연환경과 조화되는 친환경적 학교 시설을 배치하고, 잔여 부지는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생태 녹지 공간으로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지속 가능한 도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려면 우선 지정된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한다. 그린벨트의 해제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환경 평가 결과 보존 가치가 낮게 나타나는 곳으로서, 도시 용지의 적절한 공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가능하다. 방이동 후보지는 이에 적합하고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상 비오톱 1등급에 해당하지 않는 등 관련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과도한 팽창과 난개발을 막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본래 목적과 달리 이미 보존 가치가 낮아졌고, 그로 인해 인접한 생태녹지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면 해제해 친환경적 공익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생태 녹지를 적극적으로 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예종 유치 사업이 바로 이와 같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공익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