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는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한국의 교육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쟁 교육 체제에서 탈피해 아이 한 명 한 명이 가진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 교육은 네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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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해라.
대신 비판할 때는 근거를 가지고 대응하라’고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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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 등 변화한 교육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뉴 노멀’을 정상적인 새로운 삶의 양식인 양 받아들이는 주장에 반대합니다. 온·오프라인이 분리된 일상은 팬데믹으로 인한 비정상 상태죠. 인류는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는 연대에 의해 발전해왔어요. 비대면 사회를 뉴 노멀로 받아들이면 연대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기술적 진보의 활용은 더 깊은 예속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스스로 기르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코 청소년들 탓이 아닙니다. 교육이 잘못된 거죠. 한국은 경쟁 교육을 통해 표준화된 지식을 가진 아이가 똑똑하다고 여기고, 개성 있는 아이에게는 적대적입니다. 학생을 등수로 줄 세우는 교육 환경이 문제입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학교를 전쟁터로 경험한 아이들이 행복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어떤 교육 환경을 갖춰야 할까요?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라는 모토로 교육을 개혁한 독일의 사례를 얘기하고 싶어요. 독일 학교에는 성적도, 등수도 없어요. 고등학교 졸업 시험만 합격하면 원하는 대학을 원하는 때에 갈 수 있어요. 또한 ‘비판’을 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독일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해라. 대신 비판할 때는 근거를 가지고 대응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한국의 교육은 근본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크게 네 가지가 달라져야 합니다. 첫째, 대학 입학시험을 폐지해야 합니다. 입시 제도가 존재하는 한 한국 교육은 바뀔 수 없어요. 둘째, 대학 서열화를 없애야 합니다. 셋째, 대학 등록금을 없애야 합니다. 넷째, 특화 고등학교가 사라져야 합니다. 이상주의자가 하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일상인 이야기죠.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는 대학 입시도 없고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어요. 독일은 등록금이 없을뿐더러 학생들이 빈부 격차 없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지급합니다.
어떻게 하면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입시 제도를 폐지할 수 있을까요?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대학 등록금을 없애고, 사립대학을 점진적으로 공영화해야 합니다. 국립대학은 네트워크화하면 됩니다. 국립대학 위에 하나의 상위 대학을 두고 1대학·2대학·3대학으로 나누고, 졸업할 때는 같은 졸업장을 주는 거죠. 다시 말해 사립대학은 공영화, 국립대학은 네트워크화해 대학 서열화를 궁극적으로 없애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잠재력을 끌어내는 교육이 가능해집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경쟁 체제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들이 부족해서 미안합니다. 인류 역사는 해방의 역사이며, 모든 해방은 자기 해방이었어요. 여성 해방은 여성으로부터, 흑인 해방은 흑인으로부터 시작됐죠. 이제 우리 청소년들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