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분 대표는 1986년 송파구에서 미용실을 시작해 사업을 키워온 35년 차 베테랑 헤어 디자이너다. 한창 활동하던 때에 호기심이 발동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고전 머리 연구에 뛰어들었다. 꾸준히 탐구하며 내공을 쌓다 보니 어느새 고전 머리 전통문화를 전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좋아서 시작한 고전 머리 연구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조선 시대 여인들은 어떤 머리 모양을 했을까’ 상상하며 궁금해서 찾아보고 직접 재현해보기도 했다. 좋아서 고전 머리를 연구한 시간이 쌓여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까지 되었다. 예송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었고, 〈복식과 전통 머리의 美〉, 〈가체를 얹은 조선 복식의 美〉(이해분·이승미·이영숙 공저)도 출간했다.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한성백제문화제’에서는 세 번이나 작품전을 열었다. 해마다 1000여 명의 구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참여한 행사였다. 2014년에 개최한 〈한국 전통 머리 5000년 재연전〉에선 상고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수발 형태를 다양한 소재로 재현했고, 2017년에는 고전 머리 작품 36점을 전시했다. 2019년에는 복계, 비천계, 얹은머리, 삼상투, 쪽머리 등 삼국시대 미용 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보기만 하는 전시에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백제 전통 의상을 입고 가체를 써보는 체험 코너를 마련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작품마다 풍속화나 사진 등 철저한 문헌 고증을 바탕으로 만들기에 전시를 한 번 하려면 준비 기간만 최소 두 달은 걸렸다. 하지만 이해분 대표는 전시 준비에 시간 투자와 에너지를 아끼지 않았다. 부여 낙화암 아래 고란사 벽화에 그려진 백제 궁녀의 머리를 재현하고, 조선 시대 이해원 옹주의 사진을 보고 일명 ‘큰머리’라 부르는 거두미 머리를 재현했다(거두미는 조선 시대 궁중 의식 때 하던 머리 모양으로, 어염족두리를 쓰고 말아 올린 가체에 목제 가발을 얹은 머리 형태다). 머리 모양뿐 아니라 장신구도 화려한데, 이 대표는 금관과 비녀 등 장신구도 손수 제작해 완성도를 더했다. 머리 모양에 맞춰 전통 의상을 입혀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됐다. 잊혀가는 전통문화의 참모습을 계승하고, 그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다는 점에서 매번 보람을 느낀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작품을 전시할 기회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기회가 닿는 대로 선보일 계획이다. 2014년 ‘OMC 헤어월드’ 독일 대회에서 작품 전시회를 연 것처럼 해외에 고전 머리를 매개로 한국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 나아가 한국의 고전 머리를 새로운 문화 상품으로 개발해 전파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이를 위해 고전 머리 디자인 연구와 고전 머리의 변주인 창작 쪽머리 디자인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 고전 머리 작품 사진
▲ 한성백제문화제 전시 중 체험 행사
살기 좋은 송파구에서 재능을 나누며 사는 즐거움
“제 고향이 양평인데, 이젠 송파구가 제 고향 같아요. 친구들만 만나면 송파구 살기 좋다고 얼마나 자랑하는지 몰라요”라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이해분 대표는 1986년 송파구에 생애 첫 미용실을 창업한 이래 35년째 헤어 디자인 전문가로 일해왔다. 송파구에 산 지도 그만큼 오래됐다. 지금은 송파구에 아카데미 본원을 두고 서울에만 14개의 미용실을 운영하며, 정화예술대학교 특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이 대표가 처음 미용업에 뛰어들었을 때는 미용 기술을 제대로 배울 곳이 없었다. 지금은 후배 양성을 위해 아카데미를 운명하며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미용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를 연구하기 위해 그동안 해외 강사 초빙 특강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이해분 대표가 후배 양성만큼 꾸준히 해온 일은 봉사 활동이다.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헤어 커트를 해주거나 요양원 등 소외 계층을 방문해 미용 봉사를 이어왔다. 봉사는 그 자체에 보람을 느끼며 하는 일이지만, 한결같이 하다 보니 보건복지부 장관 감사패도 받았다. 감사한 마음에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재능 기부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까 궁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