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제과계에 입문해 제과 장인의 반열에 오른 서정웅 명장은 제빵사의 덕목으로 끈기를 꼽는다. 빵다운 빵을 굽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 연마가 필요하기에 그는 묵묵히 공부하는 마음으로 51년째 제빵사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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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맛있는 빵집이 있어서 좋다”는
손님들의 말에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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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빵과 함께 살아오셨는데요, 제빵사가 된 계기가 있나요?
전남 순천에서 3등 열차를 타고 서울에 상경할 때만 해도 제빵사가 될 줄 몰랐어요. 숙식을 제공한다는 말에 제과 공장에 발을 들여놓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과자만 굽기도 했습니다. 제과 공장에서 소규모 제과점으로 옮기며 제빵사의 꿈을 키웠습니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빵을 만드는 일이 고될 것 같아요. 어떨 때 보람을 느끼나요?
이론을 토대로 신제품을 개발할 때 희열을 느낍니다.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무스 케이크, 수제 초콜릿, 스톨렌(stollen: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 등을 처음 선보였을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지금도 “우리 동네에 맛있는 빵집이 있어서 좋다”는 손님들의 말에 힘이 납니다.
예전에는 제과·제빵 기술을 배우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떻게 배웠나요?
처음 제빵 일을 시작했을 땐 이론서 한 권 없었어요. 반면 그 당시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었죠. 제과점에서 일하다 입대했는데, 군부대에서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 덕에 나폴레옹제과점 근무 중 일본 유학 기회가 왔을 때 바로 갈 수 있었습니다.
명장이 된 지금도 새롭게 배워야 할 부분이 있나요?
이론은 일본 제빵 연구소에서 확실히 정립했다면, 실무는 명장의 계보를 잇는 선배에게 배운 것이 많습니다. 2005년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된 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연마해왔어요. 지금은 기능올림픽 대회 출전이나 진로 지도 등을 하며 기술 전수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송파구에 베이커리를 연 계기도 궁금합니다.
태극당을 거쳐 나폴레옹제과점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이 단단한 토양이 되어 개인 베이커리를 열게 되었지요. 1994년 8월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었어요. 그때 주변에 있던 빵집들은 대부분 사라졌어도 저희는 26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아들이 가업을 잇는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제과 공부를 해 기능올림픽에도 출전하고, 유학을 다녀와서 저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아들처럼 제과·제빵 기능올림픽에 도전하는 청년들을 볼 때마다 한국도 기능 강국이 되었다는 걸 실감합니다. 나아가 전문 기술인이 제대로 대우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빵사가 꿈인 청소년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제빵사를 꿈꾸는 청년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하지만 막연히 멋져 보인다고 뛰어들었다가 쉽게 그만두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시작하길 권합니다. 실무에서 수련 과정을 잘 견뎌야 경쟁력 있는 제빵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