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롤〉은 19세기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다. 시간 여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때문인지 할리우드에서 여덟 차례나 영화로 만들었는데, 짐 캐리 주연의 〈크리스마스 캐롤〉(2009)이 원작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뷔 초 〈빽 투 더 퓨쳐〉(1985)라는 영화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포레스트 검프〉(1994)와 〈캐스트 어웨이〉(2000)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기존에 보아온 애니메이션과 달리 실제 영화 같은 느낌이 난다. 애니메이션 반, 실사 반이랄까? 포스터만 보아도 짐 캐리가 연기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감독의 전작인 〈폴라 익스프레스〉(2004)처럼 퍼포먼스 캡처(Performance capture) 기법으로 배우들의 표정과 동작을 그대로 컴퓨터에 입력한 후 CG로 그림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폴라 익스프레스〉에서는 배우 톰 행크스가 주인공 소년, 기차역장, 기차 위 유령, 산타클로스 등 1인 4역을 해냈고, 〈크리스마스 캐롤〉에서는 짐 캐리가 주인공 스크루지와 과거·현재·미래의 유령을 연기했다.
유령들이 보여주는 극적 순간 앞에서 후회와 가책으로 시시각각 일그러지는 표정, 죽음이라는 공포 앞에서 벌벌 떠는 목소리 연기, 죽었다 깨어나 전혀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는 모습 등을 짐 캐리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죽음과도 같은 통과의례를 통해 죽기 전에 철드는 주인공, 사랑과 부활의 상징인 예수처럼 온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설정, 선행은 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라는 것. 〈크리스마스 캐롤〉이 전하는 메시지다.
글 윤희윤
〈이 영화 함께 볼래?〉,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