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인 신영희 명창은 198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 〈쓰리랑 부부〉를 통해 국악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소개하기도 한 대한민국 대표 국악인이다. 국악 인생 70주년을 앞둔 그녀에게 판소리의 매력과 옛 선조의 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송파구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자연의 소리까지 모두 내야 하는
판소리는 국악의 꽃입니다.
”
한평생 국악이라는 외길을 걸어오고, 국악 대중화에 앞장섰습니다. 국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국악은 5000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 선조의 뿌리입니다. 그중 관객과 호흡하는 판소리는 그야말로 국악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판소리는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라는 뜻의 ‘판’과 ‘소리’가 합쳐진 말인데, 단순히 노래가 아니라 소리, 장단, 몸놀림이 모두 어우러진 종합예술입니다.
판소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열한 살에 처음 소리를 배울 때는 그냥 소리 자체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스무 살부터는 가사가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지요. 인생의 철학이 담긴 가사, 변화무쌍한 장단, 슬펐다가 즐겁다가 무섭기도 한 소리의 매력에 현혹되어 쉬지 않고 계속 소리를 했습니다. 특히 소리는 비 오는 소리, 천둥 치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 등 모든 자연의 소리를 내야 합니다. 노래, 민요라고 부르지 않고 ‘소리’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80세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목소리를 관리하는 비결이 따로 있나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 중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나쁜 일을 마음속에 오랫동안 담아두지 않습니다. 또 욕심부리지 않고 많이 베풀려고 하지요. 그것이 제 목소리 건강의 비결입니다.
송파구가 주최하는 ‘서울놀이마당’, ‘민요마당’ 등 많은 행사에 참여해 우리의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문화 예술 활동 지원에 힘쓰고 있는 송파구의 노력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송파구에 34년간 거주했고, 생의 마지막까지 이곳에서 지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송파구에 부채, 비녀, 한복, 신발 등 제 모든 것을 남기고 싶을 정도로 애정이 깊습니다. 특히 송파는 풍납동 토성·몽촌토성·석촌동 고분군 등 한성백제 500년의 유산이 있고, 조선 시대 사통팔달의 창구로 옛 문화를 잘 보전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전통음악이 이곳에서 더욱 꽃을 피워야 합니다. 비석거리공원에서 열리는 ‘가락골 송덕비 축제’, ‘서울놀이마당’ 등 전통문화 공연을 더 자주 기획하면 좋겠습니다.
많은 제자를 길러내고 있는데, 국악인의 길을 가려는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요?
소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성과 심성’입니다. ‘덕은 재주의 주인이요, 재주는 덕의 종이니라’는 제 좌우명입니다. 재주만 있고 제대로 된 인격을 갖추지 못하면 그 재주는 쓸모가 없습니다. 그래서 좋은 인격을 갖춘 제자를 길러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송파쌤 인물도서로 활동하면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전통 국악인은 일대일로 스승에게 눈빛, 호흡, 몸짓 하나까지 모든 것을 배우기 때문에 예를 갖추는 방법을 저절로 익힙니다. 그래서 순수하고 유순한 편이죠. 요즘 청소년은 예절과 예의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른을 섬기는 문화가 형성돼야 합니다. 우선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더 나아가 어른을 공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