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들로드〉, 〈요리인류〉 시리즈로 한국 음식 다큐멘터리의 새 장을 연 이욱정 프로듀서. 그는 자연 상태의 식재료가 음식이 되는 과정에는 인간사의 모든 요소가 들어 있다고 말한다. 요리를 매개로 인류 역사를 되짚고, 현대사회를 들여다보는 그의 작업에는 한계가 없다.
“
음식이라는 렌즈를 통해 사회·역사·문화,
즉 인류의 모든 것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
2008년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는 정말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음식’을 주제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어릴 적 어머님이 해주셨던 맛있는 집밥과 미식가이던 선친의 영향으로 음식에 늘 관심이 많았습니다. 프로듀서가 된 후 이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꼭 찍어보고 싶었지요. 당시에는 음식을 다룬 방송이 별로 없었는데, 앞으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요리는 그 과정이 다이내믹하고 콘텐츠가 무궁무진해서 TV 프로그램으로 최적화된 주제입니다. 무엇보다 음식에는 삶의 가장 큰 본질이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관심사가 직업이 되었습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좋아하는 것과 일을 조화시킬 수 있는 팁을 준다면요?
요리에 관심 있다고 해서 모두 요리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요리와 관련된 직업은 매우 다양하지요. 먼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고 나서 직업과 연결시켜보세요. 더욱이 요즘처럼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는 창의적인 자신만의 색깔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창의성이란 무엇일까요?
남들이 하지 않는 조합을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떡볶이는 고추장’이라는 공식을 깨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잃지 말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요즘 SNS의 ‘먹방’을 비롯해 음식 프로그램이 많아졌습니다.
시대를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함께 밥 먹는 것이 익숙한데 ‘혼밥’이 많아진 현대인의 고독감, 외로움도 반영되었을 테고요. 하지만 음식과 공동체 문화, 환경과의 연관성 등을 고민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다루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큐멘터리 PD, 요리사, 진행자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저는 스스로를 프로듀서이자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요리 학교 르 코르동 블루에 간 이유도 ‘요리’라는 콘텐츠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였지요. 지금 새롭게 하고 있는 일은 ‘요리를 통한 도시 재생’입니다. 도시 재생의 성공적 모델로 이탈리아의 볼로냐를 꼽을 수 있는데요, 도심의 도축장과 창고들을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의 오래된 가치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은 마음의 재생이자 삶의 재생이 될 것입니다. ‘위로의 맛(가제)’이라는 주제로 서울이라는 도시의 삶을 음식을 통해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송파구에도 다양한 맛집 골목이 있는데요, 도심 속 음식 문화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골목 식당은 도시의 꽃입니다. 송파 사람들이 좋아하고 매력을 느끼는 식당, 주점, 꽃집 등이 결국 송파의 얼굴이죠. 낯선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그들을 이어주는 곳은 바로 골목의 작은 식당들입니다. 이런 곳들이 잘 유지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송파쌤 인물도서로 활동하면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요리를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은 똑같은 레시피를 반복하다가 인생을 마칩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가 실패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모든 사람이 따르는 대로 살지요.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나만의 레시피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각자의 레시피가 인정받을 수 있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