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국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가 격리는 모두를 위해 중요한 기간이다. 그 14일 동안 온 가족이 철저하게 자가 격리를 해 코로나19 대응에 모범 사례가 된 최성숙 씨 가족에게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지혜에 대해 들어보았다.
힘들어도 가족과 나라를 생각해야죠
“문을 열기 전 반드시 충분히 소독할 것. 귀찮고 힘들어도 가족과 나라를 걱정할 것.” 최성숙 씨 현관에 붙여놓은 문구다. 손 글씨로 한 자 한 자 쓴 메모 아래 바구니에는 소독제가 담겨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신발장에도 소독제를 담은 바구니가 부착돼 있다. 그 위에는 “1차 문을 통과한 후 곧바로 2차 소독할 것”이라 쓴 메모가 붙어 있다. 일본에서 공부 중이던 아들이 귀국하며 집에서 자가 격리하는 동안 정해놓은 방역 수칙이다. 당시 최성숙 씨는 격리 대상자가 아닌데도 자가 격리자 가족이라는 무게감에 민폐 끼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재택근무를 신청한 후 14일간 집에서 지냈다. 그가 바깥 공기를 마신 날은 총선거일이 유일했다. 아들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무증상 감염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 가족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켰다.
▲ 외출하고 돌아오면 신발, 손 등을 꼼꼼히 소독하는 최성숙 씨.
(1) ‘우리는 가족, 모두가 상생, 사랑’이라고 적힌 소독제.
(2) 격리 중이던 아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비닐 막.
자가 격리를 위해 온 가족이 마음을 모았어요
해외 입국자가 증가하던 4월, 아들의 귀국일이 정해지자 최성숙 씨 부부는 자가 격리 전략을 치밀하게 세웠다. 화성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하는 큰아들은 2주간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기로 했고, 부부는 아들과 지낼 구역을 분리하기로 했다. 아들과 가족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공사(?) 계획까지 세웠다. 현관 중문을 열고 들어오면 정면과 측면 통로를 부직포로 단단히 막았다. 대형 부직포를 사서 직접 글루건으로 문틀에 꼼꼼히 붙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가족의 동선이 겹치는 공간을 방역하기 위해서였다. 미리 중고 시장에 가서 아들 방에 비치할 미니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전기 주전자도 사두었다. 가족 간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아들은 공항에서 집까지 택시를 타고 오도록 했고, 내용은 아들에게 메시지로 보냈다. 부엌과 아들 방 앞 복도도 부직포로 막고 가운데에 비닐을 덧대 공기 접촉을 하지 않는 창을 냈다. 자가 격리 기간 동안 최성숙 씨와 아들이 소통한 유일한 통로다. 최성숙 씨가 아들 방에 식사를 전달할 땐 마스크를 쓰고 주방에서 거실과 통로를 거치며 여러 번 소독했다. 회사 출근으로 인해 외부를 드나드는 남편의 경우 현관문 앞에서 한 번, 현관에서 한번, 중문 통과 후 부직포 앞에서 또 한 번, 부직포 통과 후 다시 한번 소독한 후 집 안에 들어오는 4중 방역 체제를 유지했다. 14일간 자가 격리를 무사히 끝낸 후에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케이크에 자축의 촛불을 켜고 안도했다.
▲ 집 안에서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치한 부직포.
가족끼리도 철저히 방역해야죠!
“누구나 그렇겠지만, 집 안에 자가 격리자가 있으면 가족이라도 철저히 격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족 일원이 무증상 감염자일 수도 있는데 자칫 방심했다가 감염될 수 있잖아요. 저희도 지켜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송파구로부터 유공 구민 표창까지 받으니 얼떨떨해요”라고 말한다.
언론에 알려진 이후 주변에서 효과적인 자가 격리 노하우에 대한 상담 요청도 늘었다. 최성숙 씨는 “안전한 성역은 없다”,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두 가지를 강조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 내가 잘해야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방역에 힘써야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최성숙 씨는 소독제 뿌리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신발부터 소독하고, 현관문 앞에서 손 소독을 한 후 집에 들어가면 밖에서 쓴 일회용 마스크는 바로 휴지통에 버린다. 최성숙 씨 가족은 매일 반복되는 이러한 노력이 쌓여 맘 편히 가족 여행을 떠날 날이 오리라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