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삶의 방식이 달라진 우리에게 공원은 이전의 어떤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역할이 커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사람들의 외출이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과 비교해 5월 중 식당·카페·극장 등 이용률은 9%, 직장 출근은 15%가량 감소했지만, 상대적으로 공원 이용률은 6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구글의 코로나19 지역 이동 보고서). 집을 제외한 외부 공간 중 실내 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은 야외 공간, 특히 공원에 대한 이용 욕구가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많은 시민이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원이 이토록 아쉬웠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한다. 차로 이동해야만 하는 크고 유명한 공원보다 집이나 직장에서 걷거나 자전거로 갈 수 있는 작은 공원과 하천 또는 근교 산을 찾는다. 주로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등산을 즐기는 비대면 성격의 야외 활동에 집중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계기로 대기 환경이 월등히 좋아진 것처럼 개인 운동량 또한 늘어난다면 또 다른 코로나19의 부수 효과로 기록될 것이다.
이렇듯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산과 강과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도시민을 위해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는 명확해진다. 첫 번째는 집 주변에 쉽게 걸어서 갈 수 있는 작은 공원과 숲을 더 확충해야 한다. 지난 6월 말 재선에 성공한 프랑스 파리시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은 15분 거리에 모든 도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15분 도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원·도서관·보건소·학교 등 모든 도시 서비스를 지역별로 평가해 15분 거리로 단축한다는 것으로, 최대한 집 주변 동네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개인용 이동 수단)를 이용하기 좋은 거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비대면 이동의 상징인 보행, 자전거, 전기 스쿠터 등 퍼스널 모빌리티를 위한 도로 구조의 개편은 필수 불가결하다. 특히 지역 거점인 산과 강과 공원을 연결하는 ‘그린웨이’를 도입해 야외 활동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산과 강과 공원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이제는 소규모로 또는 각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새로이 강구해야 한다. 임시방편으로 진행 중인 각종 온라인 프로그램이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프로그램의 예로는 각자 주어진 코스로 목표 지점을 찾아오는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 거리를 두고 야외에 앉아 함께 풍경화를 그리는 ‘그림 강좌’ 등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그 일상은 집과 집 주변에서, 근처 푸른 산과 강과 공원에서 다채롭게 펼쳐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되기보다 주변에 푸른 공간을 만들고, 즐기는 일상의 회복을 통해 맑은 환경과 건강한 몸과 행복한 삶을 되찾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글 온수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조경시설과장, 〈2050년 공원을 상상하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