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메리, 라벤더, 타임, 민트 등 허브 향 가득한 농장에서 농부 부자를 만났다. 평생 허브를 키워온 아버지와 가업을 잇는 아들의 표정에도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했다.
송파구에서 시작된 1세대 허브 농장
“1983년부터 송파구에서 농사를 지었어요.” 허브 농장을 운영하는 조강희 대표가 웃으며 말한다. 조 대표는 장지동에서 화훼 농원을 하다가 1997년 작목을 바꾼 이래 23년째 허브 농사로 외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1990년대 말 꽃을 키우던 그에게도 허브는 생소했지만, 허브를 찾는 도매상의 말을 귀담아 듣고 미래를 내다보았다. 식재료로도 쓰이는 허브를 재배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은 예상이 적중했다. 장지동에서 방이동으로 옮겨온 지 10년 만에 허브를 최대 200종 이상 재배하는 4,900평 규모로 성장했다. 지역 주민들조차 이런 데가 있었느냐고 묻곤 하지만, 90% 이상 도매상에 공급하는 탄탄한 허브 농장이다.
지금은 경기도 광주와 곤지암, 강원도 평창까지 농장 규모를 넓혔다. 로즈메리, 라벤더, 세이지, 타임, 민트 같은 품종은 기본이고 아티초크, 딜, 다크 오팔 바질, 스테비아 등 희귀종도 생산한다. 조강희 대표가 뿌린 대로 거둔 것은 허브만이 아니다. 농사를 시작할 무렵 태어난 아들도 어엿한 사업 파트너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농사를 배운 아들은 국립한국농수산대학 특용작물학과에 진학해 새로운 농법을 배우고, 농장에서 성실히 경험을 쌓아 아버지 옆에 나란히 섰다.
▲ 조강희·조재원 부자
아버지는 생산, 아들은 영업 맡아 농장을 키운다
손이 많이 가는 허브를 대량생산하는 것도 어렵지만, 아무리 질 좋은 허브를 대량생산해도 팔지 못하면 농장이 재고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런 까닭에 부자는 유통에 관한 고민을 오래도록 해왔다. 아버지 조강희 대표가 생산을 총괄한다면, 아들 조재원 대표는 2016년부터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이하 가락시장)에 허브 생잎 판매장을 열고 영업에 힘을 쏟고 있다. 가업을 잇되 한 발짝 더 나아가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려는 아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가락시장에서 유통을 직접 하다 보니 시장 상황을 판단하기 좋아요. 외부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농장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라고 말하는 조재원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망의 다양화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농장에서 생산만 하다가는 변화하는 유통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평생 농장을 일궈온 아버지에 비하면 경험도 역량도 부족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제가 할 수 있고 앞으로 더 잘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해요.”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키워가는 아들의 다짐 같은 한마디다.
▲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중인 다양한 허브
▲ 잉글리시 라벤더
농사를 넘어 경험을 나누며 살고 싶어요
“허브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제 노하우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서도 허브를 잘 기르는 방법부터 활용법까지 알려드릴 게 참 많아요.” 그래서 조강희 대표는 일반인들을 위한 허브 강좌를 시작했다. 지금은 일반인 교육보다 한국허브협회와 함께 허브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을 쭉 이어오고 있다. 3년 전부터 30~40명의 시민과 함께 봉사 활동도 해오고 있다. “지역 복지관에 꽃을 심어주는 봉사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농장의 온실 두 곳에서 직접 식물을 키워 필요한 곳에 심을 수 있게 돕는데, 참여하는 분들이 뿌듯해해요. 앞으로 식물로 동네를 꾸미는 데 힘을 보태고 싶은 송파구민이 더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농사 경험을 살려 주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조강희 대표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