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밀정〉, 〈군함도〉, 〈말모이〉, 〈봉오동 전투〉 등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다.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동주〉는 〈박열〉, 〈항거: 유관순 이야기〉 등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 가운데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다. 5억 원의 저예산 영화임에도 탄탄한 각본과 연출,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로 그해 수많은 영화제에서 제작상, 각본상, 최우수감독상, 음악상, 신인남우상을 휩쓸었다.
영화의 두드러진 장점은 활자 속에 갇혀 있던 시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인 〈사도〉(2014)의 스토리텔링처럼 죽음을 앞에 둔 비극적 상황에서 플래시백 기법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흰 그림자’, ‘쉽게 씌어진 시’, ‘아우의 인상화’, ‘참회록’ 같은 시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시가 탄생한 배경과 주변 인물들의 유기적 관계를 엿보게 한다. 시를 관통하는 ‘부끄러움’이라는 정서와 관련해 시인을 거울 속으로 데려오는 이가 고종사촌이자 친구인 송몽규라는 접근도 남다르다.
시작 후 3분이 채 못 되어 1934년 북간도 용정마을에서 이념과 신앙에 대한 연설로 동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몽규와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몽규 아버지(동주의 고모부), 신춘문예에 당선한 몽규에 대한 질투심을 감추는 모습 등을 비추며 어린 시절부터 비교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을 암시한다. 1917년 같은 해에 같은 동네, 같은 집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1938년 연희전문학교에 나란히 입학했고 동경 유학도 함께 떠났다. 시를 통해 현실 참여로 조국의 해방을 꿈꾸던 둘은 1943년 유학생들의 독립운동을 선동했다는 죄명으로 수감되어 광복 6개월 전 20여 일 차이로 옥사했다.
흑백 화면에 담아 더욱 빛이 난 영화 〈동주〉는 엔딩에 두 인물의 연보를 나란히 올림으로써 애틋한 울림을 고조시킨다. 1925년(9세)부터 명동소학교와 은진중학교에서 함께 수학한 고 문익환 목사의 이름이 뜨는 순간, 이 영화 〈동주〉를 통해 기억해야 할 이름은 윤동주와 송몽규만이 아니라 같은 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이름 모를 주사를 맞고 생을 마감한 1,800여 명의 열사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 주어진 길을 걸어온’ 청춘들임을 되짚게 한다.
글 윤희윤
〈이 영화 함께 볼래?〉,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