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춤, 가족은 할리우드 영화 흥행의 보증수표다. 〈오즈의 마법사〉, 〈사운드 오브 뮤직〉,〈메리 포핀스〉 등 고전 뮤지컬 영화가 이를 입증한다. 존 트래볼타의 춤과 노래로 기억되는 〈그리스〉, 제목만큼이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 〈물랑루즈〉, 뮤지컬의 부흥을 이끈 〈레미제라블〉과 〈라라랜드〉,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은 역사와 판타지 세계로까지 서사의 폭을 넓히며 흥행몰이를 해왔다.
〈위대한 쇼맨〉은 뮤지컬에서는 보기 드물게 실존 인물을 소재로 삼은 영화다. 사업가이자 정치가, 말년엔 인권 운동가로 변신하는 등 평생을 쇼맨으로 살았던 바넘(Phineas Taylor Barnum, 1810~1891)이 쇼맨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타이틀 롤을 맡은 주인공이자 〈레미제라블〉에서 ‘Who am I’라는 곡으로 출중한 노래 실력을 뽐낸 배우 휴 잭맨이 〈위대한 쇼맨〉에서만큼은 독창을 하는 장면이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이 주의를 끈다.
타이틀곡 ‘The Greatest Show’와 ‘Come Alive’, 서사를 마무리하는 ‘From Now on에’ 이르기까지 도입부에서만 주인공의 목소리가 단독으로 등장할 뿐 곡 전개와 마무리를 단원들과 함께 하는 합창으로 편성한 것은 과연 무슨 이유 때문일까?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This is Me’라는 노래가 타이틀곡을 제치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은 것은 왜일까? 이러한 색다른 OST 구성은 어쩌면 위대한 쇼맨은 비단 바넘만이 아니라 서커스 단원 모두이자 우리 모두라는 사실을 노래로 웅변하려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이 영화는 어떤 이에겐 꿈을, 어떤 이에겐 사랑을, 그리고 또 어떤 이에겐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모든 사람은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역동적인 춤과 노래에 실어 긍정 에너지를 전염시킨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2020년 봄, 국내에서 재상영되고 있는 〈위대한 쇼맨〉은 꽉 막힌 마스크만큼이나 답답하고 지친 일상에 활력을 주는 위대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글 윤희윤
〈이 영화 함께 볼래?〉,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