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서현은 〈건축을 묻다〉, 〈배흘림기둥의 고백〉 등 건축가의 시선을 담은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그가 글을 쓰는 이유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그는 오늘도 두 눈을 반짝이며 역사책을 읽고, 원고를 쓰고, 설계도를 그린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설계할 때 내가 짓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요,
때론 역사책에서 그 답을 찾습니다.”
건축가라는 직업을 택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중학교 때 한국일보에서 ‘현대건축의 반항아들’이란 기사를 보고 건축가라는 직업을 알았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건축과에 진학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건축가의 외길을 걸어오셨는데, 교수님께 ‘건축’이란 무엇인가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먹고살게 해주는 도구이고요, 둘째는 이 사회에서 내가 누구인가 알려주는 중요한 잣대죠. 그중 두 번째가 중요합니다.
꾸준한 저서 활동도 인상적입니다. 교수님에게 ‘글쓰기’는 어떤 가치가 있으며, 가장 애착이 가는 저서는 무엇인가요?
글쓰기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즐거워요. 제 저서 중 애착이 가는 책은 세 권입니다. 건축 대중서의 길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건축학도가 맞닥뜨리는 추상적 고민을 일망타진한 〈건축을 묻다〉, 전통건축의 구조를 논리적으로 설명한 〈배흘림기둥의 고백〉입니다.
건물을 디자인하려면 많은 영감과 지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책 읽고 돌아다니며, 늘 궁금한 것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시각의 틀도 형성돼요. 전에는 현대 건물을 보러 다녔는데, 요즘은 주로 고대 도시를 보러 다닙니다. 노력보다는 호기심이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 같습니다.
건축가로서 일하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요?
설계를 시작하며 스케치할 때, 현장에서 생각한 대로 공사가 진행될 때, 즐겁습니다. 그리고 준공 후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 재미가 보람으로 승화되죠. 건축주에게 이런 카드를 받은 적도 있어요. “하늘이 부르실 때까지 이 집에서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라고요.
설계 의뢰를 받았을 때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왜 이 건물을 지어야 하는지 뚜렷한 이유가 있을 때 기꺼이 작업하는 편입니다. 송파구의 공공헌책방 같은 경우도 목적이 분명했고, 책과 관계 있는 공간은 제가 잘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거든요.
송파구에 있는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의 설계를 맡으셨을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두었나요?
사람과 책이 직접 만나는 방식입니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책에 둘러싸여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하고 싶었어요. 다른 여과장치 없이 오로지 책을 느낄 수 있도록 아치형 책꽂이를 배치했습니다.
혹시 서울책보고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이런 것을 알면 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라는 포인트가 있다면요?
서울책보고는 헌책방을 편집숍 방식으로 배치한 새로운 구조예요. 이곳에선 생각지도 못한 책을 우연히 발견하는 묘미를 즐겨보세요. 저도 서울책보고에 헌책을 발견하러 간답니다.
송파둘레길에 생기는 백로정 설계도 맡았다면서요?
성내천 물빛광장 쪽에 주민들이 책도 보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백로가 노니는 하천이라 백로정이라 이름 지었고요, 올해 말 완공할 예정입니다.
송파구 인물도서이기도 한데, 선배로서 건축가의 길을 가려는 후배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대학 진학 전에 갖춰야 할 능력은 상상력입니다. 상상력을 키우려면 소설과 만화책을 읽는 게 좋아요. 대학 입학 후엔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건축을 보러 가는 여행을 많이 하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