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독재자〉, 〈인생은 아름다워〉, 〈조조 래빗〉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나치즘의 광기가 극에 달하던 제2차 세계대전 말기가 시대 배경이라는 점, 이런 비극적이고 암울한 서사를 풀어가는 방법으로 희비극이라는 역설 화법을 택해 묘한 울림을 남긴다는 점이다. 또 찰리 채플린, 로베르토 베니니, 타이카 와이티티 등 탁월한 감독들 모두 연출은 물론 자신의 작품에 주연으로 등장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위대한 독재자〉(1940)는 희비극의 달인 찰리 채플린의 작품으로, 채플린이 유대인 이발사와 히틀러 1인 2역을 맡아 웃음 속에 숨겨둔 비수를 꺼내 보인 작품이다. 제2의 채플린이라 불리던 로베르토 베니니가 만든 〈인생은 아름다워〉(1998)는 아우슈비츠를 게임장이라 속여 전쟁의 공포로부터 아들을 지켜낸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제71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음악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앞의 두 작품이 어른의 시점에서 서사를 펼쳐나간 것과 달리 〈조조 래빗〉(2019)은 처음부터 끝까지 열한 살 소년 조조의 성장과 관계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조조(로먼 그리핀 데이비스 분)에겐 매사에 담대하고 유쾌한 엄마 로지(스칼릿 조핸슨 분)가 존재하지만, 전쟁으로 여읜 아버지의 부재와 결핍을 ‘상상의 아버지’인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 분)로 채우고 그에게 의지한다.
성장은 권위(아버지)로부터 자유로울 때, 어른들에게 주입받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시작된다. 아버지처럼 섬기던 히틀러가 자신을 통제하고 충성을 강요하자 이를 걷어차고 창문 밖으로 날려버리는 모습, 금기와 혐오의 대상이던 유대인 소녀 엘사를 발견하고 처음엔 취조하듯 탐문식 대화를 나누지만 차차 마음의 벽을 허물고 마침내 문밖으로 나와 함께 춤추는 장면으로 영화를 마무리한 것은 성장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 윤희윤
〈이 영화 함께 볼래?〉,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