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는 봉준호 영화 중 유일하게 어린이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미자를 연기한 배우 안서현이 칸영화제 최연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국내 최초 넷플릭스 상영작이라는 점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영어 대사만 나오는 〈설국열차〉(2013), 한국어로 전 세계인과 소통한 〈기생충〉(2019), 이 두 작품 사이에 제작된 〈옥자〉(2017)는 영어와 한국어 대사로 관객과 소통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주제와 관련해 주인공 미자를 둘러싼 세 가지 의사소통 또한 눈여겨볼 요소 중 하나다.
글로벌 기업 미란도 직원을 당황케 만든 “돈 터치”, 탐욕스러운 CEO와 거래를 성사시킨 “아이 원트 바이 옥자 얼라이브”. 이 두 마디 영어는 짧지만 강렬하다. ALF(동물 보호 단체) 리더의 사과 장면은 〈러브 액추얼리〉를 떠오르게 한다. “미안해”, “우리가 구출할 때 뒤쪽을 보지 마”라는 문구엔 진심 어린 배려가 담겨 있다. 한편 미자와 옥자는 영화 내내 스킨십과 귓속말로 교감하며 정을 나눈다. 목소리, 카드 문구, 보디랭귀지 등 표현 수단이 무엇이 됐든 진정한 소통은 간절하고 진정성 있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아카데미 수상 소감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올린 영화 역시 〈옥자〉다. 2010년 운전하던 중 나타난 환상의 동물에게서 얻은 아이디어, 캐릭터의 형상화는 지극히 개인적이기 때문이다. 돼지라기보다는 온순한 하마, 무던하고 듬직한 이미지는 감독 자신은 물론 〈기생충〉에서 열연한 이정은과도 겹친다. 옥자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쇼핑몰의 휠체어를 탄 여자로 깜짝 등장하는 배우가 이정은이라는 사실은 엔딩 크레딧에서 확인할 수 있다.
끝까지 영화를 본 관객에게 주는 보너스랄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다음 NG 장면으로 잔재미를 주던 과거와 달리 에필로그를 담는 것이 최근 추세다. 운전면허는 있는데 4대 보험이 없다며 운송을 거부한 트럭 기사(최우식 분)가 ALF에 합류해 시위를 앞둔 비장한 순간에도 한눈팔고 농담하는 모습을 끼워 넣은 것은 진지한 상황을 유머로 풀어내는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이다. 기다림의 미학을 즐길 준비가 된 관객이라면 “아유 Ok?” 자(ja), 이제 〈옥자(Okja)〉의 쿠키 영상을 보며 봉테일 봉장르의 면모를 확인해보시길.
글 윤희윤
〈이 영화 함께 볼래?〉,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