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일(擇一), 배우 박정민이 연기한 극 중 이름이다. 주인공 택일을 둘러싼 서사에는 의미심장한 세 가지 물건이 등장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나오는 오토바이와 오아시스 사진,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망원경이 그것인데, 택일의 변화와 성장을 드러내는 소품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첫 번째 소품은 오토바이다. 처음엔 엄마와의 갈등을 증폭하는 애물단지였으나 가출 후에는 경제적 독립의 수단, 마지막엔 화해의 도구로 ‘변화’하는 물건이다. 두 번째는 택일의 방문에 붙은 오아시스 사진으로, 현실과 판타지가 겹치는 시점마다 등장한다. 버거운 현실과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상의 도피처를 상징하는 소품으로 보인다. 세 번째 상징적 소품은 택일이 이삿짐을 챙기던 중 오아시스 사진을 버리고 선택한 망원경이다. 도피처를 상징하던 사진을 버리고 먼 거리를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망원경을 택하는 장면은 거시적 관점으로 세상을 마주하려는 택일의 ‘성장’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엔딩 또한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며 ‘따로 또 같이’ 성숙해진 모자가 오토바이에 동승해 어딘가를 향하는 장면이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 엄마에게 헬멧을 건네는 모습, 어디로 가느냐고 목적지를 묻는 엄마에게 “엄마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가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죠”라며 살가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묘한 안도감과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동시에 진정한 여행의 의미는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있음을 환기시키는 장면이다.
영화 밖 이야기 하나. 배우 박정민은 영화 속 반항아 캐릭터와 달리 중학교 때까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엄친아였다고 한다. 2005년 고려대학교 인문학부에 입학했으나 연기자가 되기 위해 자퇴를 선택하고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부모님과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남다른 경험과 고뇌의 시간이 자전적 에세이에 잘 녹아 있다.
“비록 지금 당장은 힘들지라도 스스로를 얕보기엔 아직 이르다. 우리는 모두 ‘쓸 만한 인간’이니까.” 그의 산문집 〈쓸 만한 인간〉에 나오는 글귀다.
글 윤희윤
〈이 영화 함께 볼래?〉,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