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현 서울시 축제위원회 위원
현 서울시 광화문광장 자문위원
해외 93개국 430개 축제 취재 및 칼럼 연재
최근 서울의 문화·관광 지형도에 의미 있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봄철 벚꽃 개화기의 주말 동안 지하철 잠실역 승하차 인원이 59만7000여 명을 기록하며, 전통적 벚꽃 명소였던 여의도·여의나루역(22만2000여 명)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송파구가 서울의 최고 ‘핫플’이자 데이트 성지로 부상한 것이다. 145만㎡ 규모의 올림픽공원과 123층 롯데월드타워, 석촌호수, 송리단길, 방이맛골로 이어지는 송파구의 입지적 강점과 매력도는 그만큼 독보적 수준에 올랐다.
송파구의 성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험 소비’ ‘가치 추구’ ‘체류형 로컬 관광’ 등 최근 메가트렌드와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풍경을 감상하는 수동적 관광을 넘어, 수질을 투명도 2m 이상의 1등급으로 끌어올린 석촌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초고층 계단을 오르는 ‘롯데 아쿠아슬론’을 성공시킨 것은 송파구의 행정 추진력과 스포츠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우수 사례다. 석촌호수 수면의 공공미술 ‘러버덕’과 연인들의 산책로 ‘호수 벚꽃축제’는 전국적 화제를 모았고, 시각적·체험적 만족감은 자연스럽게 관람객의 발길을 송리단길과 방이맛골의 미식 소비로 이끌었다. 문화와 스포츠, 그리고 지역 상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류형 관광벨트’가 구축된 셈이다.
특히 지역 축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한성백제문화제의 도약은 괄목할 만하다. 2000년 전 송파에 도읍을 정했던 한성백제의 역사적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통과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글로벌 문화예술축제로 진화했다. 화려한 미디어아트와 다채로운 K-팝 공연, 밤하늘을 수놓는 드론 쇼는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구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행사와 쾌적하게 정돈된 먹거리 장터까지 어우러져 축제의 풍성함을 극대화했다. 무엇보다 현장감 넘치는 심폐소생술 실습 부스 등을 운영해 2년 연속 국민 안전교육 우수 자치구로 선정되는 등 축제와 안전을 결합한 실용 행정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이런 위상에 걸맞게 수십만 인파 속에서도 단 한 건의 사고 없는 안전 축제의 모범을 보인 점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석촌호수를 배경으로 한 사계절 콘텐츠의 고도화다. 봄철 벚꽃 성지에 이어지는 대표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 가을에는 홍콩의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Hong Kong Wine & Dine Festival)’을 벤치마킹하여, 석촌호수의 화려한 야경과 롯데월드타워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석촌호수 가을 와인 축제’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송리단길의 트렌디한 식당들과 협업해 로컬푸드를 페어링하면 미식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늦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민선8기에 시작된 조명 축제 ‘호수의 가을과 겨울, 그리고 루미나리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석촌호수 주변 산책로를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기존 축제의 수준을 한 차원 높여 단기 방문객을 늦은 밤까지 머물게 하는 야간관광의 메카로 도약시켜야 한다.
송파의 인프라와 인적 자원, 그리고 시대적 트렌드를 절묘하게 결합할 때 송파구는 다시 한번 새로운 핫플로 도약할 수 있다.
봄날 벚꽃 인파가 증명했듯, 송파는 이제 계절의 제약을 넘어 사계절 내내 빛나는 체류형 야간관광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