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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오피니언] 송파, 점·선·면
송파구민 특별 기고문
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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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
최범(거여동 거주)
• 디자인 평론가
• 전 〈월간 디자인〉 편집장

서울살이 51년째다. 그동안 강북에서만 살다가 3년 반 전 송파로 옮겨왔다. 한강 남쪽에서는 처음 살아보는 초보 강남인이자 송파구민인 셈이다. 강북에 사는 동안 내게 강남은 점(點)으로만 인식되었다. 고속터미널, 코엑스, 예술의전당... 일이 있을 때면 강북에서 강남의 어느 지점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송파 역시 점이었다. 잠실역과 석촌호수와 롯데월드라는 점.

송파로 전입한 뒤, 코엑스나 예술의 전당을 갈 일이 생겼을 때 당황했다. 여기서는 어떻게 가야하지? 강북에서 살 때와는 경로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남 지리를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이전에는 점이었던 지역들이 하나씩 선(線)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집에서 가락시장까지, 집에서 잠실역까지. 이제 내게 송파는 선이 되었다.

추상화가 칸딘스키는 저서 〈점·선·면〉에서 모든 조형의 시작은 점이라고 말했다. 점이 이동하면 선이 되고 선이 이동하면 면(面)이 된다. 점·선·면은 기하학적 개념이다. 하지만 도시는 단순한 기하학이 아니다. 도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공간이고 경험의 장(場)이다. 미국의 도시 이론가 케빈 린치는 도시가 우리 머릿속의 이미지(mental map)로도 존재한다면서 그것을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길(paths), 경계(edges), 구역(districts), 결절점(nodes), 랜드마크. 도시는 이것들을 모두 품고 있다.

이제 나의 송파살이도 연륜(?)을 더해가면서 점점 면으로 확장되고 있는 듯하다. 그만큼 공간의 체험이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의미이다. 최근 석촌호수 일대가 문화공간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더욱 그런 느낌을 갖는다. 호숫가에 새로 생긴 ‘더 갤러리 호수’를 비롯한 신생 공간들이 석촌호수를 벚꽃 명소를 넘어 문화 명소로 변신시키고 있다.

나아가 송파구는 석촌호수와 가락시장을 잇는 ‘송파대로 걷고싶은 가로정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석촌호수와 가락시장이라는 두 점을 연결하여 면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길은 두 가지가 있다.
지나가는 길과 머무는 길.
현재 송파대로는
지나가는 길에 가깝다.
가로정원 조성사업은
송파대로를 머무는 길로
만들려는 시도이다.

그렇게 되면 석촌호수와 가락시장은 각기 그 북쪽과 남쪽을 경계로 하는 하나의 연속적인 구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석촌호수 산책로 위에 만들어진 구(球)형 미디어아트 조형물 ‘더 스피어’는 그 출발점이 된다.

잠실역, 롯데월드, 석촌호수, 가락시장을 연결하여 확장된 구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점과 선을 넘어선 공간에 대한 면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서는 공간에 매력적 요소를 부여해야 한다. 앞서 말한 칸딘스키의 책 제목이 영어로는 〈Point and Line to Plane〉이다. 송파구의 도시 사업도 그렇게 점과 선을 넘어 면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길과 길이 연결되고 경계가 지어진 구역들이 결절점을 이루면서 도시의 이미지는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그러고 보면 나의 서울살이 역시 그렇게 조금씩 확장되어 온 것 같다. 나의 송파살이도 그런 경험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송파대로

송파소식 2025년 04월호
송파소식 2025년 04월호
  • 등록일 : 2025-03-24
  • 기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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