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 중앙대 교수
더나은도시디자인포럼 회장
송파구가 추진 중인 ‘송파대로 걷고 싶은 가로정원 조성’ 사업은 삶의 질적인 수준을 나타내는 공간이 부족한 국내 상황 속에서 많은 의미를 지닌다. 이 사업은 석촌호수에서 가락시장 사거리까지 1.5km 구간 양측 차로를 한 차로씩 줄이고, 가로정원 등 쾌적한 보행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다양한 꽃과 나무, 휴게공간, 산책로 등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는 매력적인 가로를 만들어 상가의 활성화와 가로의 이용성을 높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세계 유수의 선진 도시들은 1980년대부터 보행도시 구축을 도시발전의 목표로 삼아 차량 이동을 줄이고, 보행과 자전거 위주의 가로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 송파는 어떠한가. 많은 공원과 고층빌딩, 상업시설과 스포츠 인프라를 갖춘 도시이지만 매력적인 가로공간은 찾기 힘들다. 도심 내 보행 연결축은 구민 삶의 수준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며 이는 인근 강남구에 비해서도 그러하다. 잠실역을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은 그 주변만 즐기다 돌아간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보행환경의 저하와 상권의 쇠퇴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송파의 도시 정체성 연결이 단절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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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선진 도시들은
보행도시 구축을
도시발전의 목표로 삼아
차량 이동을 줄이고,
보행과 자전거 위주의 가로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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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통과도로가 있는 도시를 가질 것인가, 아니면 아름다운 가로정원을 지닌 매력적인 도시를 가질 것인가. 송파대로 걷고 싶은 가로정원 조성 사업을 통해 송파 핵심 거리 중 하나인 잠실역에서부터 가락시장, 그리고 멀게는 복정역까지의 긴 직선 축이 개성 있는 도심 축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가로정원에 사람이 모이면 유명 브랜드들이 앞다퉈 매장을 열 것이고, 기업 사옥도 들어서며 송파의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가치의 문제이다. 송파구가 세계 선진국 중 하나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 도시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LA, 일본 요코하마와 교토, 캐나다 벤쿠버와 오타와,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와 베네치아, 독일 베를린과 뮌헨 등 세계 유수의 도시들을 보라. 이 도시들은 이미 매력적인 경관과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로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며 정착시키고 있다.
송파는 구민의 삶을 지탱하는 풍요로운 도시로 가기 위해 과제가 많다. 그중 가장 시급한 과제는 보행환경구축과 도시 경쟁력 강화이다. 이런 측면에서 송파대로 걷고 싶은 가로정원 조성 사업은 송파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시험대이며 언젠가는 거쳐야 할 도전이다. 이러한 도전의 길에 많은 구민이 송파의 미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믿고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