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인문학자이자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식음 총괄 디렉터인 정하봉 소믈리에를 만났다. 실무 경험을 살려 호텔경영학과 강의까지 하고 있는 그는 소믈리에가 꿈인 후배에게는 든든한 멘토로, 고객에게는 와인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믈리에로 다가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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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의 와인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그 역사를 알면 와인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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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 전공(호텔경영)을 살려 JW 메리어트 호텔에 근무하면서 와인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하고 있던 중 2005년에 뜻밖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콘퍼런스차 호텔을 찾은 외국인 고객의 와인 주문에 직원들이 적절한 응대를 하지 못해 컴플레인을 받았고, 화가 난 총지배인이 와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냐고 찾는 바람에 제가 인터뷰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다음 날부터 저는 명함에 소믈리에 타이틀을 달게 되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소믈리에와 호텔 식음 총괄 디렉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소믈리에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미술관의 큐레이터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화가나 시대 배경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보면 한층 풍부하게 다가오듯이 소믈리에의 설명을 듣고 마시면 와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어요.
‘국가 대표 1호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은 어떻게 달게 되었나요? 2008년 ‘한국 왕중왕 소믈리에 선발 대회’에서 우승 후 2010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제13회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대표 소믈리에로 출전하면서 그렇게 불리게 되었습니다.
와인을 시음하고 감별하는 감각은 타고나는 건가요?
타고나는 것보다는 후천적 학습과 노력이 감각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 세계 여러 산지에서 다양한 품종의 와인이 나오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듯이 와인을 평가하는 방법과 용어에 대한 체계적 학습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와인을 맛보고 고객에게 어떻게 추천할지 고민해야죠.
와인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매달 셋째 주 수요일에 풀코스 디너와 다양한 와인을 페어링하는 와인 디너를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2017년 11월 21일에 100번째 와인 디너를 열며 뭉클하던 기억이 납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패션 위크를 개최할 때 ‘와인 앤 버스커’ 이벤트를 열어 호응을 얻기도 했어요. 올해 3월 말에서 4월 초 석촌호수에 벚꽃이 필 무렵엔 ‘버블스 앤 체리 블러썸’이란 타이틀로 벚꽃을 보며 다양한 와인을 시음하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와인 서적을 쓰고 있는데요, 와인 인문학자란 무엇인가요?
한 지역의 와인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그 역사를 알면 와인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와인을 통해 대중이 인문학적 시각을 갖추게 하는 것이 와인 인문학자로서 제 꿈입니다.
마지막으로 소믈리에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서울은 아시아에서도 식음료 산업이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도시이기에 앞으로도 소믈리에는 매우 유망한 직업이 될 거예요. 소믈리에를 꿈꾼다면 먼저 ‘서비스’라는 일이 적성에 잘 맞는지 고민해보세요. 고민의 답은 실제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며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비스직이 적성에 잘 맞는다면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각을 지녀보세요. 그러면 와인에 대해 훨씬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소믈리에가 될 거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