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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문예 ⑰] 2022년, 소박하게 시작한 인생 2라운드의 위대한 미래
‘3월,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선정작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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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균(잠실4동)

지난해 12월, 23년 8개월간 내 인생의 일부분이던 회사를 퇴직했다. 20대부터 40대까지 회사를 다니며 1년 동안 안식 휴가를 얻어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결혼도 하고, 큰 아이가 열세 살이 될 때까지 무사히(?) 일할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회사였다.
퇴사를 생각하며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았다. 출근길에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기곤 했는데, 어느 날 아이가 너무 울어 내 옷에 구토를 해 재킷을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출근했던 일, 금요일 저녁 아이를 시댁에서 데려오는데 차 뒷좌석에서 멀어지는 할머니를 보며 “할미~ 할미~” 하며 울었던 일 등 하나하나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무척이나 고되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때는 원 없이 자고, 퇴근한 후 반듯하게 앉아서 여유 있게 저녁을 먹어보는 사소한 일상이 간절했다.
그렇게 치열했던 시간이 지나 이제 큰아이 열세 살, 작은아이 열한 살이 되었다. 가족들(특히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두 아이가 너무나도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주었고, 아이들이 차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주말엔 늦잠도 자고 퇴근 후 여유로운 시간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때는 갑자기 생긴 시간에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불안감마저 느끼기도 했다. 서양 시 한 편의 구절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니, 이 또한 정말 지나갔구나.
이렇게 찾아온 여유로운 시간은 앞으로의 내 인생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해준 귀한 시간이 되었다. 오랜 고민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 성장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나의 이러한 결정에 아이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업주부로서 엄마의 모습을 조금은 불안해했고, 매일 보던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부분도 꽤 섭섭해했다. 나의 퇴사 결정을 일언반구의 반감도 없이 지지해준 사람은 오로지 남편 한 사람뿐이었고 큰 힘이 되었다.
회사를 그만둔 지 이제 어언 한 달이다. 매일 피아노 치고, 운동하고, 일기 쓰고, 둘째 공부도 봐주는 등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워킹맘 특유의 강박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회의가 많은 월요일 전날인 일요일은 초저녁부터 예민해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잔소리가 심해진다. 또 아이들 학교 공부도 매일 저녁 엄마가 세워둔 계획에 맞게 해야 했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큰아이의 친구 얘기, 학교 얘기는 주말에나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의 시시콜콜한 얘기에 웃고 떠들다 오늘 못 한 과제는 내일로 미룰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내 아이들을 잘 키워내는 일,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일, 무엇보다 익숙한 생활을 버리고 다른 인생에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은 조금 아끼고 덜 쓰려고 한다. 올가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평소 관심 있던 특수교육을 공부하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예정이다.
2022년 나의 인생 2라운드를 이렇듯 소박하지만 위대하게 해내련다.

새로운 시작 일러스트


해당 지면은 송파구민에게 드립니다. 송파구민의 글로 〈송파소식〉이 보다 풍요로워지면 좋겠습니다. 많은 참여로 지면을 빛내주세요.

매월 송파 문예를 공모합니다

| 모집 부문 시, 에세이 등 순수 창작품
| 원고 분량  A4 1/2매 분량
| 응모 자격 송파구민
| 4월호 주제 벚꽃 연가
| 응모 기간 매월 10일까지
| 접수처 메일 hongbo@songpa.go.kr(제출 시 이름, 주소, 연락처 기재 필수)
※ 매월 한 편의 작품을 선정해 〈송파소식〉에 게재합니다.
※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 채택된 원고는 송파구에서 SNS 등 홍보용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게재된 원고에 대한 저작권 문제 발생 시 응모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송파소식 2022년 03월호
송파소식 2022년 03월호
  • 등록일 : 2022-02-24
  • 기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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