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열 차례 넘게 출동하지만, 현장이 좋아서 23년째 구급대원으로 일하는 신미애 소방위를 만났다. 현장에서 막 돌아온 신미애 소방위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생명을 구하는 가슴 벅찬 일에 대해 들려주었다.
현장이 좋아서 구급대원으로 일해요
구급대원이 천직이라고 말하는 신미애 소방위는 1999년 소방관이 된 이래로 23년째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 구급대원이다.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이후 구조 처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무렵 응급구조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 소방관이 되었다. 지난 22년간 출산휴가 기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하는 구급대원으로 일해왔다.
신미애 소방위의 하루 평균 출동 횟수는 10회, 주말에는 15회가 넘는다. 출동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밥을 먹다가도 출동할 수 있어 서둘러 먹고, 행동은 물론 말도 빨리한다. 요즘은 응급실 앞에서 도시락을 먹는 일이 잦다. 모든 출동은 골든 타임이 중요하기에 그 소중한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두른다.
몇 달 전 산후조리원에서 나온 지 2주 된 산모가 하혈을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일이 있었다. 현장에 가보니 산모는 출혈이 심했으며, 얼굴도 창백하고 혈압도 너무 낮았다. 구급차 안에서 수액 처치를 하고 의식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말을 걸면서 병원까지 무사히 이송했다. 이후 산모가 병원에서 수혈과 응급수술을 받고 무사히 귀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쓰여 전화했더니 산모님이 고맙다며 아기 백일에 꼭 연락하겠다고 하는데, 아기 얼굴이 떠오르면서 뿌듯하더라고요. 제가 한 가족에게 도움이 되었구나 싶어서요. 이래서 현장을 떠날 수가 없나 봐요.”
3개의 배지에 담긴 세월
트라우마세이버, 하트세이버, 브레인세이버 3개 배지는 신미애 소방위가 묵묵히 걸어온 지난 세월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트라우마세이버는 대형 트럭과 추돌해 교통사고가 난 환자나 고층에서 추락해 중증 외상을 입은 환자를 구조해 환자가 치료를 받고 일상생활로 돌아왔을 때 받을 수 있는 배지다. 하트세이버는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구했을 때 받는데, 신미애 소방위는 심정지 환자 10명을 살려야 받는 금배지를 받았다. 브레인세이버는 급성 뇌졸중 환자를 구해 환자가 회복되었을 때 받을 수 있다.
세 가지 상황 모두 골든 타임 사수가 중요하다. 심정지 환자의 골든 타임은 단 4분.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그래서 목격자나 보호자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신미애 소방위는 119 상담 요원의 안내에 따라 보호자가 가슴 압박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을 때 현장에 도착해 신속하게 전기제세동기로 환자를 살린 경우가 많았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 골든 타임이 4시간이다. 4시간 안에 병원으로 이송해 검사 후 뇌졸중 진단을 받고 약을 쓰거나 치료를 받아야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핫라인이 따로 있지만,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송할 병원을 선정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현재 신미애 소방위의 바람이 있다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 응급 환자들이 골든 타임 안에 원활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 이송하는 것이다. 출동이 늘어 구급차가 부족한데, 허위 신고가 줄지 않는 것도 안타깝다. “어제도 길에서 쓰러졌다는 신고로 출동했더니 택시를 잡아달라는 취객이었어요. 제발 주취 신고는 하지 말아주세요.” 24시간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 구급대원 신미애 소방위의 간곡한 당부다.
신미애 소방위는 앞으로도 현장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하며 전문성을 키우려고 한다. 2021년 2월에는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제학과를 졸업했고, 지금은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심폐소생술 등 안전 교육에도 힘쓸 생각이다. 시민과 구급대원이 함께 골든 타임을 사수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