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영(문정동)
2020년 12월 초, 많은 분의 축하를 받고 동갑내기였던 남자 친구와 4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고심 끝에 첫 보금자리는 송파구에 꾸렸다. 2021년 초 아직 겨울바람은 차가웠지만, 남편의 롱 패딩 주머니에 손을 꾹 찔러 넣고 새로운 동네 곳곳을 함께 걸어보는 일은 신났다. 여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밥집을 지나면서도 “저 집 맛집 같아 보인다”며 코로나19 끝나면 꼭 와보자고 여러 번 약속하고, 조명이 예쁜 카페라도 하나 발견하면 너무 신나서 “우리 동네 너무 좋다”를 연신 외치곤 했다.
가끔은 발 닿는 대로 걷다가 길을 잃기도 해 제법 멀리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날은 으레 “세상에 예측 가능한 일만 있으면 재미없지!”라는 남편의 말로 그날의 산책이 마무리되곤 했다. 사실 나는 예측이 불가능한 일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무슨 일을 하든 미리 계획을 세워두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걱정이 많은 편. 길을 잃은 듯하면 잽싸게 구글 맵을 켜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남편은 휴대폰을 빼앗아 자기 주머니에 쏙 넣어버리고 그냥 걸어보자고 했다. “예측 가능한 길만 가면 재미없지” 하고 씩 웃어 보이며 말이다.
그렇게 3개월 정도가 흘러 동네에 이제 좀 익숙해질 즈음, 남편과 나 모두 예상치 못한 엄청난 소식을 맞이했다. 우리에게 소중한 아기 천사가 찾아온 것!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결혼하고 바뀐 환경에 정신없이 적응해나가고 있던 터라 적잖이 놀랐다. 처음 소식을 전하며 남편 얼굴을 보고 눈물이 터져버렸는데, 그때도 남편은 씩 웃으면서 너무 행복한 일이라며 꼭 안아주었다.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남편을 보았는데, 마치 “거봐! 내 말이 맞지?”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 예측할 수 없던 일이었기에 더욱 기뻤던 그 일. 우리에게 아기가 찾아온 것을 안 3월의 그날이 올해 내 최고의 순간이었다.
배 속의 소중한 아기와 함께 2021년을 무사히 보내고 이제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달성할 때 비로소 안도의 기쁨을 누리던 나는 매일매일 커가는 배 속 아이와 변하는 몸이 낯설어도 참으로 고맙기만 하다. 아이 이름을 고민하고, 어떤 부모가 되면 좋을지 수다를 떨면서 터무니없이 먼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기쁨이었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세 가족의 삶도 예측할 수 없는 일투성이겠지만, 그렇기에 더욱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 많을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 내 최고의 순간이 그러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