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 69세 어르신들로 이루어진 극단이 있다. 제2의 인생을 사는 이들에게 무대는 꿈만 같은 곳이다. 수없이 연습하고, 무대에 서고, 다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뜨거운 열정으로 두 번째 삶을 즐기고 있다.
▲ 특립독행 단원과 협업한 〈황진이〉 공연
우리 동네,
이웃이 참여하는 문화 공연
방이동의 한 건물 지하로 내려가자 무대가 있는 아담한 공간이 나타난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중년은 더 되어 보이는 몇몇 어르신이 앉거나 서 있고, 심지어 누워서 자유롭게 대본을 읽으며 연습하고 있다. 실버극단 소단샘이 배우 연기 교육을 하는 모습이다. 소단샘은 평균연령 69세인 8명의 단원이 활동하는 실버극단이다. 방이동에 위치한 소단샘 소극장은 ‘특립독행’이라는 20~30대 청년으로 구성된 극단과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소단샘을 창단한 단장 김명호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문화 예술과 공연을 접하고 노하우를 쌓아왔다. 여기에 시조 시인이기도 한 자신의 전문 분야를 더해 공연 작품의 대본을 직접 쓰게 되었다. 관객이 시조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도 등장하고, 악기·성악·무용 등의 참여도 이뤄지는데, 이것을 ‘풍류 악극’이라 부른다. 〈풍류정인〉, 〈풍류가인〉, 〈위풍당당 노자〉 등의 작품을 광화문아트홀, 창덕궁 소극장 등에서 올렸다. 김 대표는 시조가 지닌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높이 평가한다. 12월에는 신사임당, 허난설헌, 일타홍을 주인공으로 한 시조 낭독극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그는 어디에도 없을 ‘맞춤 대본’이라며, 작품을 빨리 선보이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하다.
▲ 〈위풍당당 노자〉의 공연 장면.
▲ 소단샘 김명호 단장.
열심히 살아온 인생 선배들 이야기
이곳에 모인 단원들의 열정도 그에 못지않다. 78세의 나이에 시 낭송가로 활동하는가 하면, 간호사로 근무하며 공연 연습을 하는 등 각자의 삶을 재발견하고 있다. 고전무용과 서도소리 전수자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나희순 단원은 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연습할 정도. 무대를 마쳤을 때의 성취감과 보람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김 대표는 1997년부터 송파구에 살며 주민 친화적 극단과 무대를 늘 소망했다. 이곳 소극장이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어르신까지 연극을 배우고 작은 발표회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비록 코로나19라는 강적을 만났지만, 단원들이 내실을 단단히 다지는 시간을 가졌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앞으로 무대가 더 많아지고,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재 단원들은 모두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50세 이상으로 서로 잘 협력할 수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 입단을 환영한다. 열심히 살아온 인생 선배들이 모범을 보이고 꿈을 이뤄내는 모습을 통해 젊은 후배들에게 작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특립독행×소단샘
극장 위치 송파구 가락로 273 지하 1층
입단 신청 및 문의 010-8449-7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