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은(가락동)
2004년 11월 17일. 그날도 ‘수능 한파’의 영향인지 무척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뜩이나 시험에 대한 부담감으로 긴장해 있는데, 매서운 추위까지 더해져 고사장으로 가는 내내 한껏 몸을 움츠리고 걸은 것 같다. 고사장에 도착하니 저마다 일생일대의 전투를 치를 준비로 비장한 기운마저 감돌았고, 일렬로 열 맞춰 정렬된 책상과 의자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었다.
칠판에 붙은 자리 배치표에서 내 자리를 찾아 앉고는 한숨 돌리려는데, 고등학교 3년 내내 친하게 지내던 친구 하나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를 보고 살짝 미소 짓는 친구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바깥 날씨처럼 얼어붙었던 마음이 한결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친구도 나를 발견하고는 내심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시험을 치르는 동안 살면서 그렇게나 절박하고 간절했던 적은 없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수능’이 분명 전부는 아니었을 텐데, 그 당시에는 내 모든 것을 거는 기분으로 나름 치열하게 대입을 준비했다.
아쉽게도 원하는 학교에는 진학하지 못했지만, 1년 더 공부하겠다고 시원하게 결정할 용기도 없었기에 재수를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기로 했다. 하지만 3년 내내 정말 열심히 공부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그날 그 결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때 진학한 학교에서 공부한 것들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으며, 그 시절 만난 인연들이 소중하게 이어져오고 있다. 내 평생 단 한 번이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처음이자 마지막 열아홉 살의 그해.
평생 그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오직 단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나아간 경험은 아마 그때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나중에 나의 두 딸이 대입을 준비하는 시기가 되면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딸들아, 지금이 너희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힘든 시기인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어둡고 좁은 터널을 지나고 나면 밝은 햇살을 만날 수 있듯이 이 순간이 지나면 너희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시기가 분명 올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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