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 외길 인생 43년 차 여경옥 셰프는 힘들어도 다른 길을 보며 도망가려 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먼 미래를 향한 꿈이 있었기에 크고 작은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여전히 10년 후의 꿈을 가슴에 품고 즐겁게 요리하는 여경옥 셰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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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업이든 힘든 일이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좋은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요리가 전해주는 행복을 생각하면 힘든 건 잊고 일에 집중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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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님에게 요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요리의 매력은 누군가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준다는 것이죠.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 그 이상의 즐거움이 또 있을까요.
4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길을 걸어온 비결이 궁금합니다.
중학교 졸업 후 지인 소개로 중식 요리의 길에 들어섰어요. 처음에는 하루 15시간 이상 일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정말 셌죠. 하지만 저에겐 유명한 셰프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기에 조금 힘들어도 선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일을 해나갔죠. 어느 직업이나 10년, 20년 후에 대한 꿈이 있다면 하루하루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파도는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내 꿈에 확신을 가지면 길게 내다보고 일할 수 있거든요. 저는 지금부터 10년 후 제 건물에서 요리 연구소와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꿈입니다.
요리는 서서 하는 일인 만큼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요?
인간은 직립 동물이잖아요. 저는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서서 일하는 게 더 편했어요. 어떤 직업이든 힘든 일이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좋은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요리가 전해주는 행복을 생각하면 힘든 건 잊고 일에 집중할 수 있죠.
어떨 때 일의 기쁨과 행복을 느끼나요?
매일 출근하는 것 자체가 기쁨이죠. 입맛이 까다로운 손님이 저만 찾을 때는 ‘내 요리의 마니아가 생겼구나’ 하는 희열을 느끼죠. 개인적으로는 어머니 환갑잔치에 100명 넘는 손님을 초대해 형과 같이 요리를 대접했는데, 많은 분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며 정말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 한중 수교로 중국 장쩌민 주석이 방한했을 당시 제가 S호텔에서 요리를 전담했는데, 한국의 중식이 맛있다고 평가받아서 무척 기뻤죠. 돌이켜보면 제가 만든 요리를 누군가 만족스러워할 때 자부심과 행복감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중식 셰프가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요?
우선 요리를 잘해야죠. 요리는 하면 할수록 느니까 걱정 마시고요. 요리 잘하는 요리사에서 깊이 있는 요리사로 한 단계 올라서려면 중국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음식은 문화예요.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죠. 또한 요리사라는 직업은 서비스직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이 많아지길 바란다면 먼저 요리사가 행복해야 해요. 한마디로 즐겁게 요리를 해야 한다는 거죠.
요리사가 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과정이 있나요?
글쎄요. 조리학과를 졸업하고도 현장에서 일하다 그만두는 사람이 있고, 다른 일을 하다가 요리에 도전하고도 지속적으로 잘 해나가는 사람이 있어요. 저도 정규 과정을 거치지 않았잖아요. 요리는 의지와 적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보다는 개인의 의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앞으로 100세 시대인데 10대부터 너무 깊이 진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요리의 경우 다른 경력을 쌓고 시작해도 늦지 않죠. 여행, 영상,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요리에 뛰어들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지금은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그 순간을 즐기고 잘 기억하면 됩니다. 그러니 ‘즐기자!’는 마음으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일을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뭐든 재미있게 하면 결과가 좋아지니까요. 현재를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