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연주자로 살아온 이들이 은퇴 후 송파구를 대표하는 실버악단에서 활동 중이다. 단원들의 평균 나이 70세가 무색할 만큼 활기 넘치는 12명의 연주자는 재능 기부를 통해 행복한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다.
※ 이 지면의 사진은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이전에 촬영했으며, 사진 촬영 후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 (왼쪽부터) 한금석 단원(트럼펫 연주), 곽승호 단장(오르간 연주), 김만국 총무(트롬본 연주).
음악과 함께하는 삶
송파구청 앞 사거리 지하 ‘송파쌤 악기도서관&음악창작소’가 들썩인다. 단정하게 의상을 맞춰 입고 각자의 악기로 능숙하게 연주하는 송파구립실버악단의 합주 소리다. 최근 유행하는 트로트부터 클래식까지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게다가 송파쌤 악기도서관&음악창작소가 새로 문을 열면서 연습 공간이 쾌적해진 덕분에 활기가 더해졌다.
송파구립실버악단은 1994년 1월 창단해 올해로 27년째 활동하고 있다. 12명의 단원은 각각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드럼, 기타, 베이스기타, 오르간 연주자로 구성된다. 송파구에서 운영하는 구립 예술 단체 중 하나인 송파구립실버악단(이하 실버악단)은 단순히 취미 생활을 하는 동호회와는 달리 뛰어난 실력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 방송국이나 녹음실에서 밴드 생활을 하다 퇴직 후 실버악단에 입단했기 때문에 악보만 보면 바로 합주가 가능한 전문 음악인이다. 실버악단의 실력은 이미 여러 차례 무대에서 입증된 바 있다. 2008년 울산전국실버밴드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2019년 제100회 전국체전 개회식 무대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 또한 벚꽃축제, 한성백제문화제를 비롯해 송파구의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해왔다. 곽승호 단장은 “코로나19로 지금은 무대가 대폭 줄었지만, 많을 때는 1년에 100회 정도 공연하기도 했어요. 단원들은 같은 날 오전·오후에 공연이 잡혀도 힘든 줄 모르고 신나게 공연을 다녔죠”라고 말한다.
전문 음악인에서 지역사회 재능 기부로
오르간을 연주하는 곽승호 단장은 2004년부터 실버악단을 이끌고 있다. 그는 1969년 해군홍보단에서 맺은 인연을 시작으로 평생 음악을 해왔다. 트롬본을 연주하는 김만국(73) 총무는 학생 시절부터 밴드활동을 시작해 군악대와 악단에서 활동했다. 1976년에 송파구로 이사 와 40년 넘게 살아온 토박이이기도 하다. 한금석(80) 단원은 KBS관현악단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다. 평생을 트럼펫과 함께 살아왔지만, 악기 앞에서는 늘 겸손하다. “전문 연주자라면 하루에 7~8시간은 연습에 전념해야 해요. 게다가 나이를 먹어 연습량이 더 필요한데, 코로나19로 충분히 연습할 수 없으니 안타깝네요”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4명씩 소규모로 모여 연습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지역사회에 재능 기부할 수 있고, 덕분에 녹슬지 않는 실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구민과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으니 더없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버악단에서 활동한 지난 17년이 쏜살같이 가버렸다는 한금석 어르신에게서 자신이 평생 쌓아온 재능을 쏟아부을 수 있는 기회에 대한 감사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단원들 모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악단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전하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예전처럼 신나게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