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영(잠실동)
짧다 하면 짧다 할 수 있고, 길다 하면 길다 할 수 있을 나이의 나는 송파에서 온 생을 보내다시피 하였다.
어릴 적 이곳은 내가 아는 유일한 세상이었다. 집 근처에 사는 길고양이는 내 제일 소중한 친구였고, 놀이터의 삐걱거리는 그네는 훌쩍이던 나를 유일하게 지탱해주던 존재였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학원을 다니기 위해 다른 지역을 넘나들면서 나는 내가 사는 세상이 생각보다 좁고, 또 그만큼 운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만 건너면 강남이었음에도 약간의 여유는 갖추고 있는, 자연과 도시의 경계선에 걸린 듯한 모호한 장소.
나는 길을 가다 보이는 수많은 가로수가 좋았다.
봄이면 강아지처럼 벚꽃잎을 잡겠다며 그 가로수 밑을 뛰어다니던 내 유년 시절이 좋았다.
탁 트이지 않은 적당히 좁다란 도로가 좋았다.
가을이면 하늘을 칠하는 청신한 파랑이 좋았고, 하굣길마다 지나길 고집했던 도서관 밑의 널따란 공터가 좋았다.
시끌벅적하기로 유명한 서울이었고, 서울에서도 인구수가 많은 구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틈 사이사이에 피어오른 여유를 참으로 애정하였다.
나는 답답할 때면 뛰는 버릇이 있다. 또는 하릴없이 걷기도 한다. 도시의 소음은 때론 견디기 버겁다.
학교는 사람을 지치게 하는 재주가 있다. 울고싶으면 나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걸었다. 우리 집 근처에 송파둘레길이 뚫렸다. 그 길을 처음 걸은 건 몇 주 전이었다. 귀뚜라미 소리에 눈이 멀 것만 같았다. 그렇게 짙은 풀 내음은 서울에서는 처음 맡아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저 멀리서만 바라보던, 버스를 타며 지나칠 때마다 훔쳐보던 탄천이 거기 흐르고 있었다. 흐드러지게 늘어진 버드나무들 너머에서. 마치 또 다른 삶이 존재한다고 내게 약속하듯이 말이다.
꼭 턱 끝까지 숨이 차도록 살아야 하는 건 아니라며.
송파는 언제나 내게 그런 존재였다. 각박한 생활 속의 꽃 한 송이. 안온한 도서관에 깊게 밴 종이 냄새.
조금은 쉬어 가도 된다며 손을 흔들던 단풍나무.
나는 그것이 송파라 믿는다. 그리고 사랑해 마지않는다.
해당 지면은 송파구민에게 드립니다. 송파구민의 글로 〈송파소식〉이 보다 풍요로워지면 좋겠습니다. 많은 참여로 지면을 빛내주세요.
매월 송파 문예를 공모합니다
| 모집 부문 시, 에세이 등 순수 창작품
| 원고 분량 A4 1/2매 분량
| 응모 자격 송파구민
| 11월호 주제 울고 웃었던 대입 시험의 추억
| 응모 기간 매월 10일까지
| 접수처 메일 hongbo@songpa.go.kr(제출 시 이름, 주소, 연락처 기재 필수)
※ 매월 한 편의 작품을 선정해 〈송파소식〉에 게재합니다.
※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 채택된 원고는 송파구에서 SNS 등 홍보용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게재된 원고에 대한 저작권 문제 발생 시 응모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