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시술 분야의 명의인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는 잘 설명해주는 의사로도 알려져 있다. 진료를 보거나 회진할 때면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는 그는 늘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할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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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 능력입니다.
무엇보다 휴머니티가 가장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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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복통을 앓다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을 하다가 중학교 2학년 때 막연히 배 아픈 사람을 고치는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의과대학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대학 진학 후 소화기내과를 택했어요.
내시경으로 위암을 치료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외과는 위를 절제해 이어 붙인다면, 내과는 구조물을 그대로 두고 종양과 주변을 파내는 것이죠. 초기 위암의 경우 종양의 뿌리가 얕으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내시경으로 파내는 시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통해 환자와 소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가능하면 환자가 듣고 싶은 얘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증상의 원인을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고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거죠. 의사는 환자가 미처 몰랐던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해요. 눈에 보이는 의사의 역할은 치료와 수술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역할은 환자와의 소통이거든요. 소통이 잘돼야 진료 프로세스 또한 원활해집니다.
그럼 회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입원한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노력해요. 웃는 얼굴로 농담도 건네며 컨디션을 체크합니다. 그래야 환자도 솔직하게 얘기하거든요.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끌어내는 것 또한 중요한 실력입니다. 그래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제 진료 스타일은 대학 시절 의료봉사를 하며 주민과 교감한 경험이 밑바탕 되어 만들어졌어요. 의과대학 본과 1학년 말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에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서 봉사 활동에 참여하며 느낀 것을 현장에 적용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의료봉사를 하나요?
의사가 된 후에는 진료 봉사만으론 한계를 느껴 교육 봉사를 하고 있어요. 2017년 캄보디아를 처음 방문한 이후 캄보디아 헤브론 병원 의료진에게 내시경 교육을 했지요. 지금은 코로나19로 온라인 화상 플랫폼인 줌을 이용해 교육하고 있습니다.
의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 능력입니다. 무엇보다 휴머니티가 가장 중요해요. 앞만 보고 공부만 하다 보면 휴머니티, 즉 인간애가 부족해질 수 있어요.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운동, 독서, 음악 감상 등 정서함양 활동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지 않았으면 해요. 의사는 돈 많이 버는 직업이며, 1등 해야 의대 간다고 말하는 어른도 문제가 있어요. 의대는 돈을 벌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닙니다. 돈은 노력의 결과이지, 돈이 목표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의사가 꿈인 청소년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막연한 꿈 말고 구체적으로 ‘나는 어떤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져보세요.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보세요.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쉽게 이루어지면 꿈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도전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