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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문예 ⑬] 여름휴가의 추억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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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석촌동)

1994년, 올해만큼이나 무더웠던 그해 여름, 지리산 산골짜기의 작은 시골 마을 외가댁에는 지금의 나의 부모님처럼 젊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계셨고, 지금의 나처럼 젊은 부모님이 계셨고, 지금의 나의 아이들처럼 어린 내가 있었다.

아침이면 우리 세 자매는 졸린 눈을 비비며 할머니의 고무신을 신고 아빠를 따라 집 앞 개울가에서 세수를 했다.
돌아오는 길엔 떨어진 추자를 주워 살을 갈아 돌로 깨 먹었는데 참으로 고소한 맛이 났다.
지게에 소여물로 줄 짚을 잔뜩 싣고 할아버지가 오시면 외할머니의 소박한 아침상을 맞았다.

낮에는 지리산 동쪽 기슭 산 아래로 흐르는 강에 놀러 갔다.
수영을 못 하고 겁이 많던 우리 세 자매는 물가에 앉아서 고둥(다슬기)을 잡으며 놀았고, 마을에 사는 또래 친구들은 멋진 점프 실력을 선뵈며 수영을 곧잘 했다.
숫기 없었던 서울 깍쟁이 딸 셋은 마을 친구들과 친하게 놀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서로가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저녁에는 잡아온 고둥으로 외할머니께서 국을 끓여주셨다.
고둥이 우러난 초록색의 시퍼런 국을 무슨 맛으로 먹을까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가끔 그 맛이 그리워진다.

밤이면 마당 평상에 앉아 별을 보고 풀 냄새를 맡으며 수박을 먹고, 어른들의 말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투리 말씀을 들으면 잠이 잘 왔다.

2021년, 유난히 덥고 긴 올해 여름, 마음껏 여름을 즐기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 안쓰럽고 지치지만, 내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하며 힘을 내어본다.
지금 이곳에는 그날의 부모님처럼 어른이 된 내가 있고, 그날의 어린 나처럼 지켜줘야 할 나의 아이들이 있다.
“순간의 소중함은 그것이 추억이 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오늘도 우리는 하루하루 추억을 만들어나간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곳에서 평안하시죠?
행복한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잊지 않을게요.

물놀이 일러스트


해당 지면은 송파구민에게 드립니다. 송파구민의 글로 〈송파소식〉이 보다 풍요로워지면 좋겠습니다. 많은 참여로 지면을 빛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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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소식 2021년 09월호
송파소식 2021년 09월호
  • 등록일 : 2021-08-26
  • 기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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