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법의학자는 50여 명. 그중 한 명인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는 말한다. 의미 있는 일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영역이라고. 인생은 짧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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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기에 인생은 더욱 소중하지요.
지금까지 지나온 일은 뒤돌아보지 말고 남은 시간에 더욱 집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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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는 어떤 일을 하나요?
법의학자는 법률에서 요구하는 의학적 사항을 실행하고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인구에 비례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소 150~200명은 필요한데, 현재 한국에는 법의학자가 50여 명뿐입니다. 그중 3분의 2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3분의 1은 저처럼 대학교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법의학자는 모두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밝혀내는 일을 하는데요, 저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 부검합니다. 부검 외 시간은 연구와 강의, 법원·검찰·경찰에서 보내온 문서를 검토하고 자문하는 데 보내고 있어요.
어떻게 법의학자의 길로 들어섰는지 궁금합니다.
의과대학에 진학할 때만 해도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리라 생각했어요. 졸업 직전까지도 감염내과나 정형외과를 생각하고 있었고요. 마지막 수업으로 이윤성 교수님께 법의학 강의를 듣는데, 굉장히 중요한 분야임에도 10년 동안 제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때 생각했죠. ‘아, 그렇다면 내가 법의학자가 되어야겠다.’
남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지금 교수님 제자는 몇 명인지 궁금합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후회하지 않느냐고. 제 대답은 “후회하지 않는다”예요. 저는 돈을 많이 벌기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돈 많이 버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나만의 작은 불씨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법의학과를 선택한 제자는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 후 1명에서 4명으로 늘었답니다.
법의학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의사가 되어야 합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인턴이라고 부르는 수련의 과정 1년, 레지던트라고 부르는 전공의 과정 4년을 거친 후 좀 더 병리학을 연구하고 나면 법의학자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법의학자가 갖춰야 할 소양은 어떤 게 있을까요?
대담성과 세밀함을 갖춰야 합니다. 법의학자가 많이 하는 일이 부검이니만큼 시신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담대함이 필요해요. 부검 후엔 조직을 500배 또는 1000배까지 확대해서 면밀하게 관찰하는 일을 하다 보니 세심함과 끈기도 필요합니다. 엉덩이가 무거운 친구일수록 잘할 수 있어요. 부검은 수술하듯이 2~3시간씩 서서 하는 일이고, 관찰과 연구는 앉아서 하는 일이므로 더욱 끈기가 필요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현미경을 하루 종일 보는 일이 어지럽고 힘들었는데요, 2주 정도 지나니까 적응되더라고요. 그 부분은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누구나 죽음을 맞이합니다. 마지막이 있기에 인생은 더욱 소중하지요. 지금까지 지나온 일은 뒤돌아보지 말고 남은 시간에 더욱 집중하세요. 앞으로 다가올 인생의 의미는 내가 쓰는 거예요. 내 붓으로 지금부터 남은 여백에 의미 있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삶은 생각보다 길지 않아요. 남의 얘기만 듣지 말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