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경력의 장인이 줄자로 손님의 몸 치수를 꼼꼼히 재고, 원단을 찬찬히 고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단골이 옷을 맞추러 오는 맞춤 양복점의 따뜻한 풍경이다.
잠실새내역 4번 출구 인근의 잠실성당 옆에 자리한 ‘엠제이옴므’는 39년째 한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맞춤 양복점이다. 박용설 대표는 1982년 가게 앞이 비포장도로이고 주변이 우엉밭이던 시절, 한자로 아름답게 짓는다는 뜻의 미조사라는 양복점을 열었다. 그때만 해도 기성복이 없어 누구나 양복을 맞춰 입던 시절이었다. 예복은 물론 정치인의 맞춤 양복, 프로 배구 선수 심판복 등 다양한 양복을 만들었다. 그러다 대기업이 신사복 시장에 뛰어들고 프랜차이즈가 늘어나며 맞춤 양복점은 하나둘 사라졌지만, 박 대표는 묵묵히 양복점을 지켰다. 치열한 경쟁 속에도 이윤에 대해 욕심부리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 한 땀 한 땀 양복을 짓다 보니 수십 년 세월이 흘렀다는 것이 박 대표의 얘기다. 옷을 짓는 마음도, 박 대표가 쓰는 줄자와 나무 자도 변함없지만, 이름은 미조사에서 엠제이옴므로 바꿨다. 젊은 층에 어필하기 위해 미조사의 영어 이니셜을 따서 엠제이옴므로 탈바꿈한 것. 그래서일까, 오랜 단골뿐 아니라 개성 있는 컬러로 트렌디하게 맞춰 입고 싶어 하는 젊은 고객도 많다. 사람은 체형이 각기 다른 만큼 스타일에 대한 취향도 제각각인데, 박 대표는 어떤 손님이 와도 대화로 그의 취향을 면밀하게 살핀다. 신규 고객에겐 가지고 있는 양복 중 가장 핏이 마음에 드는 옷을 가져와보라 권하기도 한다.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과 박 대표가 파악하는 스타일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다.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 예복을 맞춘 손님이 아들의 턱시도를 맞추러 오신 적도 있어요”라는 박 대표의 말처럼 단골의 아들이 새로운 고객이 되기도 한다. 요즘은 턱시도를 맞춰 입고 예식이 끝나면 양복으로 리폼해서 입는 경우가 많아 박 대표는 턱시도 리폼에도 공을 들인다. 손님이 만족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박 대표는 오늘도 차분하게 주문받은 양복을 만들 채비를 한다. 옷이 완성되었을 때 손님 얼굴에 번질 미소를 떠올리며 늘 그랬듯 익숙한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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