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은 기술이기보다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어야 제대로 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중요한 학문으로 자리 잡을 심리학. 그중 인지심리학의 역할과 매력에 대해 김경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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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사람과 소통하지 않는 직업군이 AI로 빠르게 대체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1세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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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를 꿈꾸다 심리학을 전공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테니스 선수를 꿈꾸다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고등학교 2학년 2학기에 공부로 전향했습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공부를 해야만 했지요. 다행히 공부를 방해하는 고착화된 습관이 없었기 때문에 좀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해 대학 입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심리학이 처음부터 제게 꼭 맞았다기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테니스 경기를 할 때도 ‘상대의 기분이 어떨까’ 궁금했던 적이 많았거든요. 저의 관심사는 늘 ‘사람’이었더라고요.
심리학 중에서도 인지심리학은 어떤 분야인가요?
인지심리학에서 인지는 ‘생각’입니다. 생각의 심리학이죠. 생각의 작동 방식을 공학이나 역학처럼 연구하는 알고리즘형 심리학입니다. 이 분야의 연구를 통해 컴퓨터나 AI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죠. 인지심리학에서는 사람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상황을 바꿔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렇다면 인지심리학이란 분야는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나요?
인지심리학은 인문계와 이공계의 중간 영역에 있는 융합 학문으로, 진로는 매우 다양합니다. 광고 회사나 리서치 회사는 물론이고 포털 사이트, 제품 디자인, 인공지능 챗봇 만들기, UX(User Experience)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필요합니다. 미래에는 사람과 소통하지 않는 직업군이 AI로 빠르게 대체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1세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학습에서 메타 인지능력을 강조하는데요, 어떤 효과가 있나요?
메타 인지란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렇기에 메타 인지능력이 좋은 친구들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고, 당연히 더 좋은 성취를 이룰 수 있지요. 메타 인지는 아이큐처럼 타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생 연습해 능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문화인 ‘게임’에 긍정적 요소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게임에 과다하게 몰두하면 안 되겠지만, ‘게임적 감각’은 필수인 시대입니다. 게임은 랭킹과 스코어라는 피드백이 핵심인 경험인데요, 게임을 해본 사람이 차량과 승객을 연결하는 플랫폼도 만들고 배달 앱도 만들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되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어떻게 메시지를 주고받는지 등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게임적 요소를 삶에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온라인 관계가 많아지는 청소년을 걱정하는 시선이 있는데요.
어른의 시각일 수 있어요. 지금은 반드시 학교와 동네에서만 친구를 사귀는 시대가 아닙니다. 지금 아이들은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 세계)’에서의 만남이 진짜 관계가 되는 세대입니다. 그러니 청소년은 가상공간에서도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 신의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다른 공간에서 다른 세대를 만나도 올바른 관계가 지속될 것입니다.
심리학자로서 10대 청소년을 응원하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해하고, 읽고, 쓰는 기본기가 중요합니다. 기본기 없이 기술만 가진 성장은 한계가 있어요. 그런 기본기는 기초 학문에서 나옵니다. ‘딱딱한 빵’을 꼭꼭 씹어 먹듯이 기초 학문을 접하다 보면 훨씬 오랫동안 가치 있게 쓸 수 있습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살 지금의 10대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야합니다. 그러니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세상을 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