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무료 공부방과 독서실로 시작해 12년째 같은 자리에서 카페 ‘빛소’를 운영하는 서민석 대표를 만났다. 거여·마천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서 대표는 주변 친구들을 보며 일찌감치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구상해왔다. 그 상상이 현실이 된 빛소에서는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모여 문화 활동을 한다.
공부방부터 또래울까지 청소년과 함께해온 12년
“빛처럼 어둠을 밝히고 소금처럼 필요한 사람이 되자는 의미에서 ‘빛소’라고 이름 지었어요.” 12년째 같은 자리에서 청소년을 위한 카페를 운영 중인 서민석 대표의 말이다. 서 대표는 2009년 오금동 현대아파트 상가에서 소외된 청소년을 위한 무료 공부방과 독서실로 빛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빛소를 찾는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카페 형태로 변경해 운영 중이다. 그 결과 서울시 청소년 휴카페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2년간 후원을 받기도 했고, 지금은 송파구 ‘또래울’이라는 청소년 문화 공간으로도 운용하고 있다. 또래울이란 같은 나이 또래의 울타리란 의미로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한마디로 빛소는 ‘청소년들의 아지트’, 즉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서 대표는 재정적 부분을 지원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빛소를 꾸려왔다. 여기서 아이들은 학교 안 아이들, 장애가 있는 아이들, 학교 밖 아이들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빛소를 찾는 아이들은 누구나 마음 편히 쉬고,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취미 활동도 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시간을 보낸다. 놀이터이자 배움터로 아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도 한다.
빛소의 타이틀이 휴카페에서 또래울로 바뀌는 동안에도 서 대표가 묵묵히 같은 자리를 지켜온 것은 청소년과 함께 고민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머리를 맞대어 생각하고, 맘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서 대표의 철학이다. 그런 생각은 그의 학창 시절에서 비롯됐다.
“저는 거여·마천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당시 그 지역은 조금 열악했어요. 편부·편모 슬하나 가정환경이 어려운 제 주변 친구들이 엇나가는 것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무료로 공부를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 다섯 분을 만났는데, 그 모습을 본받아서 공부방으로 빛소를 열었지요.” 빛소 서민석 대표의 설명이다.
지속 가능한 공간을 위하여
빛소는 해를 거듭하면서 더 다양한 교육과 활동을 늘려나갔다. 바리스타 과정과 제빵 과정이 대표적 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학교 안 친구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해주자는 차원에서 교육했고, 코로나19 이후에는 학교 밖 친구들의 진로를 위한 바리스타와 제빵 교육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다양한 문화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청소년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는 서 대표의 마음은 변함없다. 그래서 빛소를 찾는 청소년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원하는 것은 지원해주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조금 느려도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 모습을 볼 때 더없이 뿌듯하다.
하지만 빛소 운영이 만만치는 않다. 아이들을 위한 지원은 비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카페 매출을 통해 모든 운영이 이뤄지는데, 주말에는 서 대표가 강의를 해서 돈을 벌기도 한다. 주말에도 일하는 게 고단하지만 서 대표의 바람은 다양한 청소년이 이곳을 찾아와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것뿐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대면 활동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빛소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함께 운영하는 청소년들과 머리를 맞대어 궁리한 끝에 카페 메뉴를 차에서 식사까지 늘렸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각종 과일청도 판매하는 중이다. 파스타 같은 식사 메뉴와 허브차나 커피 등을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하니 아파트 주민과 주변 직장인이 찾아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서 대표는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숨 쉴 틈과 배움을 제공하는 공간을 운영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이 공간을 거쳐간 아이들의 추억 속에 빛소가 마음의 안식처로 기억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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