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장소에서 현악기 수리와 제작에 집중하고 있는 악기점을 찾았다. 아름다운 울림을 위해 평생 섬세한 대패질로 바이올린을 만드는 현악기 장인이 웃으며 손님을 맞는 가게다.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 상가 2층, 30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온 가게가 있다. 때로는 클래식 음악이, 때로는 작은 대패를 이용해 바이올린 만드는 소리가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이곳의 이름은 ‘유진현악기사’.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등 현악기를 평생 만들고 수리해온 현악기 장인 김조경 대표의 가게다.
대로변에 자리하지 않아도 현악기 수리와 제작까지 하는 악기점이 드물다 보니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연주회를 위해 서울에 온 미국인 연주자가 공연을 앞두고 첼로가 망가져 수소문 끝에 찾아왔을 때 3일 만에 완벽하게 고쳐준 적도 있다. 김 대표는 소리가 더 좋아졌다고 기뻐하던 연주자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김 대표는 오랜 세월 동안 어떤 악기를 만나도 그 악기가 지닌 최상의 소리와 상태를 잡아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아름다운 울림을 되찾은 악기의 주인은 단골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 악기를 수리하러 오던 손님이 자녀의 악기 수리를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악기 제작을 의뢰하는 손님도 많다. 현악기 제작 역시 나무를 고르는 일부터 섬세한 작업이다. 현악기 제작자로서 그는 오래된 나무의 상태를 면밀히 살핀다. 앞판은 오래된 전나무, 뒤판은 단풍나무를 사용해 모양을 잡고 대패질을 해서 깎는다. 깎고 나면 칠하고 말리기를 수개월 반복해야 비로소 하나의 악기가 완성된다. 현악기 제작에 전념하다 보니 한국의 제작자로 이탈리아 크레모나(Cremona) 악기 전시회에 초청받기도 했다.
하루도 현악기를 손에서 놓아본 적 없는 김 대표와 현악기의 만남은 5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열일곱 살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악기 공장에 취직해 바이올린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내를 가지고 참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어머니 말씀에 한 공장에서 10년을 일했다. 그렇게 버틴 힘이 바탕이 되어 1967년에는 자신의 악기 공장을 만들고 18년간 운영했다. 그 길고 고된 과정을 거쳐 문을 연 가게가 유진현악기사다. 올해로 75세가 된 김조경 대표는 말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악기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 주소 송파구 올림픽로4길 17
| 문의 02-415-9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