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재래시장에서도 손두부를 파는 집을 찾기 힘들고, 마트에는 대기업 브랜드의 두부가 가득하다. 송파구에서 보기 드물게 대를 이어 손두부를 만드는 오래된 가게를 찾아냈다.
아침나절, 석촌시장을 걷다 보면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작은 가게가 눈길을 끈다. 좌판에는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두부가 놓여 있고 자전거를 타고 온 손님, 오토바이를 타고 온 손님도 연신 같은 말을 외친다. “손두부 한 모 주세요!”
이토록 정겨운 풍경을 연출하는 가게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김경훈 대표가 2대째 운영하는 ‘손두부쟁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손두부 만드는 법을 배운 김경훈 대표는 매일 새벽 6시면 가게에 나와 두부를 만든다. 서두르지 않고 단계마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 정성스레 만든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이른 새벽부터 물에 불린 콩을 갈아 콩물을 낸 뒤 이걸 끓여 손두부를 만드는 방법을 고수한다. 콩물을 식히고 굳히는 과정에도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지만 부지런히 손품을 판다. 프레스기로 면포에 싼 두부를 누르는 데도 첫 솥은 2시간, 다음 솥부터는 3시간 이상 걸린다. 그사이 두부가 옆으로 올라오는 것을 잘라내며 하나하나 모양을 잡아준다. 숨 들이기에도 공을 들인다. 이곳에서 파는 손부두는 국산 콩과 수입 콩 두 가지로, 종류를 늘리기보다 맛에 집중한다. 추운 겨울에는 두부만 만들지만,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5월부터 여름을 지나 10월까지는 콩물도 만든다. 하루 30kg씩 콩을 불려 콩물을 만드는 데도 3~4시간이 걸린다. 반복되는 일이 힘들지 않냐는 말에 김경훈 대표는 웃으며 대답한다.
“급하게 만들면 맛이 없어요. 국산 콩으로 천천히 손두부를 만들면 첫맛은 고소하고 뒷맛은 달아요. 찌개 끓이려고 두부를 사갔다가 썰면서 다 먹어버려 다시 사러 온 손님도 있어요.” 지금은 주위 아파트 주민도 많이 오지만, 헬리오시티가 들어서기 전 공사 기간 3년은 그야말로 버티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묵묵히 손두부를 만들었다. 하루하루 고되지만 맛있어서 또 사러 왔다는 말을 들으면 힘이 솟아 또 만들게 됐다고. 특히 장지동, 사당, 성남 등 멀리서도 찾아오는 단골의 발걸음이 큰 힘이 됐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든 석촌시장이 걱정된다. 언택트 시대에 맞춰 손두부 정기 구독 서비스를 내걸고 아침 배달을 해보고도 싶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서 코로나19가 물러가고 시장 상권이 살아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 주소 송파구 송파대로37길 56
| 문의 02-425-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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