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주역가로 꼽히는 대산 김석진 선생. 송파구에 거주하는 선생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풍납동 토성을 산책하며 심신 수련을 통해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2021년의 운을 묻자, ‘지택림’이라 말했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 각자의 역할을 하는 시간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원했다.
주역(周易)의 대가 대산(大山) 김석진 옹을 송파구 풍납동에서 만났다. 김석진 옹은 19세에 주역에 입문했는데, 조선 시대 후기 최고의 주역학자 야산(也山) 이달 선생에게 주역을 배운 후, 1985년부터 주역 강의를 시작해 30년간 수천 명의 제자를 양성해낸 주역가다. 〈주역〉이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유교 경전이다. 그 안에 우주·천지·사람이 사는 모든 이치가 들어 있다고 말하는 대산 김석진 선생은 1999년 〈대산주역강의〉(한길사)를 출간했으며, 2019년에는 제자들과 함께 〈새로 쓴 대산주역강의〉(대유학당, 전 3권)를 펴내기도 했다.
지난해 송파구로 이사 온 송파구민이기도 한 대산 김석진 옹은 ‘송파’라는 이름에 사계절 독야청청 푸른 소나무가 들어 있다고 한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소나무는 부와 귀와 장수를 상징한다. 그는 94세의 나이에도 매일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씩 풍납동 토성을 산책하며 건강관리를 하고, 책을 읽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지금도 공부한다.
“2021년의 운은 어떤가요?” 해가 바뀔 때마다 제자들이 신년 인사를 오면 괘를 짓는다는 대산 김석진 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경자년(庚子年)의 경우 괘가 산천대축(山川大畜)으로 모든 것이 멈춰 있는 해였어요. 수레가 굴러가는데 속 바퀴가 벗겨져 수레가 움직이지 못하는 형국이었지요. 반면 신축년(辛丑年)의 괘는 지택림(地澤臨)입니다.”
지택림이 무슨 괘인지 되묻자, 김석진 선생은 “지혜를 총동원해 어려움을 이겨내는 괘”라고 풀이했다. ‘지택림’의 임(臨)괘가 임하다, 군림하다는 의미인데, 신축년 전반기까지는 세계적 문제인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 능력을 총동원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주역적 전망을 들려주었다. 백신이 나온 후 상황이 차차 나아지면 하반기에는 멈춰 있던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자기 자리를 되찾는 움직임 또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한마디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근심이 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